[南에 온 北 평창공연 점검단]北 이틀간 아무 설명없이 오락가락 정부 “비판보도 자제” 언론탓 하기도… 당국자 “南언론 보도 때문 아니다” 北, 로잔서 선수참여 확대 압박
北점검단, KTX 타고 강릉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KTX를 타고 강원 강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전점검단은 특별 편성된 8량의 KTX 가운데 8호차에, 일반 시민들은 1∼6호차에 탑승했다. 통일부 제공
① 한국 언론 보도 때문에 현송월 파견 번복했나=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일 오후 1시경 브리핑을 갖고 전날 밤 북측이 일방적으로 방문 취소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북측에 파견 중지 사유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같은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낸 데 이어 장관이 휴일에 브리핑까지 자청했다. “북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자 “북측에 할 말을 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선 것.
그런 정부는 겉으론 김정은이 평창을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 것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송월은 김정은의 옛 애인’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은 대북제재 위반’ 등의 보도가 잇따르자 북한이 홧김에 현송월 파견을 취소했다는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과도하게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과 관련해 한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 평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내부적으로 북한 선수 5∼6명 참여, 1∼2명 출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IOC는 “북한 선수 12명 참가에 경기마다 최소 3명 이상이 참가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북측이 “사전점검단을 다시 보내겠다”고 통지한 지 2시간 20여 분 뒤다. 북측은 매 경기 뛰는 북측 선수를 5명까지 늘려 달라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측이 ‘현송월 취소 카드’를 지렛대로 로잔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IOC 회의에서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려고 배경설명 없이 방문단 취소를 결정하며 흔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현송월을 파견한 뒤에도 공식적으로 왜 파견을 하루 미뤘는지에 대한 우리의 공식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면서도 “북측 입장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IOC에서 선수단 구성 문제가 해결된 뒤 예술단을 위한 점검단을 보내는 게 모양상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