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 넛지(nudge)는 미국 시카고대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쓴 책 제목으로 활용되고 세일러 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을 가진 고유명사가 됐다. ‘넛지’는 사람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이끌기는 하지만 강제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들을 통칭한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코스모 연구팀은 넛지를 에너지 분야로 확장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우선 아일랜드 5000여 가구에 피크타임(오후 5∼7시)에 전기를 사용하면 더 비싼 전기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연구팀은 단지 전기료에 대한 정보를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전기 소비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일부 가구에는 전기료 고지서를 한 달에 한 번 발송하고 다른 가구에는 두 달에 한 번 발송했다. 연구팀은 고지서를 자주 받는 가구일수록 전기 소비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전기 사용량과 그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일부 가구에 IHD(In Home Display)를 설치했다. 연구팀은 전기 사용량과 비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소비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예상과 같았다. 전기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정책을 세우고 그 사실을 알렸더니 피크타임의 전기 소비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고지서를 한 달에 한 번 받는 가구들의 피크타임 전기 소비량도 두 달에 한 번 받는 가구보다 적었다. 또한 IHD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 및 비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가구들의 전기 소비량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