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최악상황 대비 분주
다음 달 2일 세이프가드 최종 결정 마감 시한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저가 공세를 뜻하는 덤핑은 수입 급증을 막는 세이프가드와는 다른 개념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용어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자업계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사실상의 ‘발동 예고편’이라고 보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의 청원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중 연간 120만 대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대해 50% 관세(첫해 기준)를 추가 부과하는 등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실제 월풀은 2011년 4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해 “프렌치도어 냉장고를 원가 이하에 팔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청한 바 있다. 이듬해 4월 ITC는 “미국 관련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나 위협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그 이후로 삼성과 LG의 북미 시장 냉장고 점유율이 세탁기만큼 올라 2015년부터 미국 업체들을 제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며 “특히 버락 오바마 전 정부와 트럼프 현 정부의 무역보호주의 기조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다만 TV와 스마트폰은 생활가전 제품과 달리 세이프가드 논란에서 비켜나 있다. TV는 북미 시장에서 활동 중인 메이저 업체 중에 월풀처럼 본토에 생산 거점을 둔 업체 자체가 없다. 스마트폰 역시 애플이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키고 있어 한국 업체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말을 아꼈지만 2주 앞으로 다가온 결정 시한을 앞두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지은 신규 가전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연간 100만 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수 있다. LG전자도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던 신규 공장 가동 시점을 올해 4분기(10∼12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