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인제대 “재정여건 안된다”… 15∼20년간 방치해 주변 개발 막아 김해시, 병원건립 전담팀 가동… 대학병원 유치 위해 동분서주
동아대병원이 경남 김해 장유지역에 대학병원을 짓기 위해 2001년 매입한 김해시 대청동 부지가 17년 동안 방치돼 있다. 하선영 도의원 제공
총선과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경남 김해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들이 외친 구호다. 주민들은 이 공약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나 인구 53만 명을 넘어선 현재까지 종합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당장 들어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동아대와 인제대가 장기 보유한 병원 예정지 두 곳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두 대학은 15∼20년 전 김해지역에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터를 확보한 뒤 현재까지 방치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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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의원은 “이 근처 땅값 시세를 3.3m²에 700만 원 안팎으로 보고 있는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해당 부지 가격은 230억 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대병원이 김해에 병원을 짓지 않겠다면 김해시가 이 땅을 분양 가격에 다시 사들여 시립병원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김해시가 병원 건립과 관련해 동아대병원과 강제력이 있는 별도 협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김해지역 의료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고 병원의 자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투기라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장은 병원을 지을 계획이 없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사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동아대뿐 아니라 인제대도 1990년대 후반 김해시 삼계동에 종합의료시설부지 3만4139m²를 김해시로부터 141억6700만 원에 샀다. 인근에 가야대와 김해시민체육공원, 김해운동장이 있다. 인제대 재단인 인제학원 역시 대학병원(백병원)을 짓는 조건으로 이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제대는 “재정 여건이 어렵다”며 매각을 희망하지만 의료시설로 묶여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해시는 “관련 규정상 용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땅의 가격도 매입 당시에 비해 많이 올랐다.
두 대학이 종합병원 건립을 미루자 김해시가 결국 나섰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선거 공약인 대학병원 유치를 위해 보건소장을 책임자로 전담 태스크포스까지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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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과제도 많다.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부지 확보와 사업성이 관건이다. 동아대와 인제대가 보유한 의료시설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마음이 급한 김해시와는 달리 경희대병원은 차분한 기조다. 하 의원은 “의료시설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주변지역 개발까지 가로막고 있다. 김해시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