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인건비 싼 외국인 급증… 50, 60대 일용직들 “공치기 일쑤”
안전 안내판도 중국어 아래 한글 표기 국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의 ‘국적 역전’은 이미 대세가 됐다. 건설현장마다 중국어 등 외국어 안내판이 빠지지 않고 대형 현장에는 통역사도 상주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5일 오전 6시경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공사장 앞에서 일용직 근로자 70여 명이 구호를 외쳤다. ‘짱깨’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곳곳에서 ‘외국인 불법고용, 악덕현장 박살내자’라고 쓰인 피켓이 눈에 띄었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일용직은 외국인만 쓰겠다”는 하청업체 측 방침에 반발해 10일 처음 집회를 열었다. 이날이 4번째다.
집회 참가자 중에 근로자 김모 씨(57)가 있었다. 그는 목수다. 20년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같은 나라에서 온 젊은 애들이 수두룩하다. 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싼 임금을 앞세워 들어오니 나처럼 나이 든 한국 사람은 일할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모 씨(59)는 열흘째 일을 나가지 못했다. 그는 “외국인은 대부분 불법 체류이다 보니 위에서 시키는 대로 다 한다. 한국 사람은 휴식시간과 휴무일을 법대로 지켜 달라 했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50, 60대 한국인 근로자가 20, 30대 외국인 근로자에게 밀려나면서 현장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외국인은 휴식시간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 박모 씨(50)는 “규정대로 일하는 우리를 게으른 사람처럼 만든다”라고 불평했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을 우리가 대신 해주는 게 뭐가 문제냐. 휴식 때 안 쉬는 이유는 일을 빨리 끝내야 잘리지 않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억울해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