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A 커피숍. 기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합성수지 컵(1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겨 나왔다. 같은 시각 매장 2층에 앉아있는 40여 명의 고객 중 11명이 합성수지 컵에 담긴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는 어느 커피전문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법 위반이다.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선 합성수지 컵을 오로지 테이크아웃용으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 매장 내에서 한 사람이라도 합성수지 컵을 사용하면 해당 사업장은 매장 면적에 따라 최소 5만 원(33㎡ 미만)에서 최대 50만 원(333㎡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매장 내에선 차가운 음료라도 머크컵이나 유리컵, 종이컵을 사용해야 한다.
매장 내 합성수지 컵 사용 금지는 1994년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와 구청, 시민단체와 함께 세 차례 합동점검을 했다”며 “자치구마다 사정이 다르고 담당자가 1명밖에 없는 곳이 많아 단속에 나설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매장에서도 협약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A 커피숍은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었지만 기자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았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17곳의 합성수지 컵 사용량은 2013년 2억2811만3000여 개에서 2016년 3억7818만30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자발적 협약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일회용품 사용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독려하고 자발적 협약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