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공원 묘소, 시민들 추모 열기… 영화 ‘1987’ 관객 500만명 돌파
“오늘따라 더 보고 싶네요. 종철이가 ‘그동안 다들 애썼습니다’ 하는 것 같습니다.”
14일 오전 11시경 박종철 씨 누나 박은숙 씨(55)가 추모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날은 31년 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인 박 씨(당시 22세)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 숨진 날이다. 영하의 기온은 겨우 벗어났지만 바람이 차갑던 이날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 모란공원 박 씨 묘소 앞에는 200여 명이 모였다. 박 씨의 고교 동창이자 대학동기인 김치하 씨(54)는 “종철이, 오늘 사람들이 많이 와서 술 많이 먹네. 오늘 취하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추모식에는 박 씨의 형 박종부 씨(60)와 1987년 6월 항쟁 도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씨(당시 21세)의 어머니 배은심 씨(77), 경찰의 박 씨 고문 축소·조작 의혹을 교도소에서 밖으로 폭로한 이부영 전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이 전 의원은 “(한국 사회가) 시민운동을 통해 정치를 똑바로 지켜낼 것을 박 열사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박 씨에 대한 사회적인 추모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 영화 ‘1987’은 개봉 18일 만인 13일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날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 강동원 등과 제작진은 모란공원 박 씨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정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