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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으로 가는 애경 “대도약 원년”

입력 | 2018-01-15 03:00:00

채형석 부회장 그룹 청사진 발표




“항공, 화학, 생활뷰티, 유통, 부동산 등 애경이 진출한 시장에서 강점을 발휘해 가시적 성과들을 냈습니다. 이젠 더욱 탄탄해진 애경의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12일 경기 수원시 노보텔앰배서더 수원에서 열린 애경그룹 신년 임원워크숍.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58·사진)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애경그룹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며 “올해가 애경그룹이 대도약을 해야 할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모인 그룹 계열사 임원 65명에게 “올해 8월 홍대 복합역사 개발이 마무리돼 애경그룹의 여러 계열사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고 선언했다. 애경그룹이 시작되었던 구로를 벗어나 새로운 ‘홍대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것이다.

14일 애경그룹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역사(驛舍)에 짓는 그룹 통합사옥에 지주사 AK홀딩스, 애경산업, AK켐텍, AM플러스자산개발 등 계열사 6곳이 올해 8월에 입주한다. 신사옥은 연면적 약 5만3909m²(약 1만6000평) 규모로 판매, 업무시설이 합쳐진 복합 건물이다. 1∼5층엔 AK플라자가, 좌측 7∼14층엔 계열사의 업무시설이 들어간다. 우측 7∼16층에는 제주항공이 운영하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 호텔이 294실 규모로 들어선다. 애경 측은 신사옥 건립이 그룹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그룹의 모태는 1954년 비누 제조업으로 시작한 애경유지공업이다. 서울 구로구 현 AK플라자 구로본점은 예전에 비누를 만들던 영등포공장이었다. 그동안 애경의 주무대는 구로였으나 60여 년 만에 그룹의 활동 무대가 홍익대 인근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애경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82)의 장남이다. 생활용품업체로 각인되었던 애경그룹을 유통과 항공 등 사업으로도 확장시킨 주인공이다. 채 부회장은 그동안 눈에 띄는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 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 부회장은 12일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년 대비 20%대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46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애경그룹은 올해 1300여 명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제주항공, 애경유화, 애경산업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실적에서 사상 최대 성과를 냈다. 특히 채 부회장 주도로 성장한 제주항공이 그 중심에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7∼9월) 영업이익 404억 원의 분기 최대 실적을 내며 2013년 4분기(10∼12월) 이후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39억 원으로 이미 2016년 총 영업이익(587억 원)을 넘어서며 애경그룹 성장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애경이 지분 75%를 투자해 2005년 만든 제주항공은 모험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2010년까지 적자에 허덕이면서 그룹 내에서도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0년 공항과 서울 코엑스에 있는 AK면세점 지분을 롯데에 매각하면서까지 제주항공에 힘을 실어줬다. 이후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채 부회장의 결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 성공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소비재 사업에서도 ‘퀀텀 점프(Quantum Jump·대도약)’를 하겠다고 밝혔다.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만드는 애경산업은 올 상반기(1∼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M&A)에도 나설 예정이다.

채 부회장은 “낡은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며 “올해 새로운 홍대 시대를 열어 더 젊고 트렌디한 공간에서 임직원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