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급물살]中, 칠보산 이어 옌지 류경호텔에 20일까지 北종업원들 철수 지시… 새 거점 못찾은 공작원 대거 귀국 소식통 “김정은 격노, 보위성 초상집”
칠보산호텔(왼쪽사진)과 류경호텔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0일 “북한의 최대 대외공작 거점인 칠보산호텔과 류경호텔이 폐쇄된 것이 가장 큰 타격이 됐다”며 “이곳에 상주하며 활동하던 보위성 요원들이 어쩔 수 없이 귀국할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이 이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고 말했다.
옌지(延吉)의 현지 소식통은 “칠보산호텔이 9일 폐쇄된 데 이어 류경호텔 북한 종업원들에게도 20일까지 철수하라는 지시가 며칠 전 내려왔다”고 10일 말했다. 북한 해외공작 요원들은 이미 종업원들보다 먼저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에서 나와 따로 거점을 찾아야 하는데, 중국 내 북한 식당과 기업 등도 모두 철수해 마땅한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인 명의로 새 거점을 마련하려니 보안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철수 방침이 하달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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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있는 칠보산호텔과 지린(吉林)성 옌지의 류경호텔은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최대 규모 호텔이다. 북한 관련 기관 출신의 탈북자는 “칠보산호텔과 류경호텔은 외화를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공작 활동을 위해 개업했다”고 말했다.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진출하자, 당시 북한 보위부는 “남조선 안기부(현 국가정보원)가 중국 동북 지방에 수천 개의 가짜 회사를 차려놓고 대북모략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우리도 현지에 거점을 만들어 맞대응하자”는 것이었고,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선양과 옌지라는 요지에 위장호텔을 개업했다.
두 공작거점의 역할은 다르다. 칠보산호텔은 중앙 보위성이 주로 활용하면서 중국에 있는 북한 간부와 근로자 감시, 한국 고위층 감시 및 공작, 사이버 해킹 등을 담당했다. 선양을 경유하는 북한 고위급들은 의무적으로 칠보산호텔에 묵어야 했다. 이는 한국인 등 외부인과 접촉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2013년 재탈북한 탈북민 김광호 씨는 “북한에 들어갈 때 북한 측의 지시로 칠보산호텔에서 9일 동안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옌지의 류경호텔은 탈북자 유인 납치와 한국인 대북활동가 감시를 담당한 지방 보위성 반탐(反探)부서의 단골 아지트였다. 중국에 파견된 보위성 요원들은 각자 조선족, 협조에 동의한 탈북민, 조교(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자) 등으로 구성된 현지 공작망을 가동하는데, 이들을 감시하고 독려하기 위해선 현지에 장기 거주 장소가 필요하다. 그 단골 거점이 류경호텔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