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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경제 밀착’ 뜨겁던 中-호주, 3년도 못가 다시 ‘으르렁’

입력 | 2017-12-19 03:00:00


구자룡 기자

올해로 수교 45년을 맞은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주중 호주대사를 초치하는가 하면 양국 해군 최고 사령관들이 면전에서 얼굴을 붉혔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호주 내 반(反)중 정서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안보 동맹국인 호주가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맞서는 현 상황은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17일 “중국 외교부가 이틀 전 잰 애덤스 호주대사를 초치한 이후 양국 관계가 수년 내 최저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4년 만의 호주대사 초치는 5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정당 시민단체에 대한 외국인의 기부를 금지하고 해외 국가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자국을 겨냥한 조치라며 반발해 왔다. 11일에는 호주 주재 청징예(成競業) 대사가 직접 호주 정부에 공식 항의했고,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 내 매카시즘을 연상시킨다”며 맹비난했다.


갈등은 군사외교로까지 번졌다. 선진룽(沈金龍) 중국 해군 사령원(해군참모총장 격)이 14일 베이징(北京)에서 팀 배럿 호주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호주군의 남중국해 훈련 등을 비판했다(16일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 중국은 9월 초∼11월 말 남중국해 등에서 일본 인도 필리핀 등 아태 13개국 해군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인도-태평양 인데버 연합 군사 훈련’에 호주가 동참하고, 지난달 발간한 호주 외교백서에서 남중국해 군사화 등에 관해 중국을 비판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의 연루 의혹을 받아온 야당 노동당의 대표적 친중파 샘 대스티아리 상원의원(34)이 12일 의원직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는 중국인 후원자에게 호주 당국의 도청을 경계하라고 조언한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을 빚어왔다.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필리핀과 함께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동맹국으로 활동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2011년 북부 다윈항을 미 해군기지로 내주기로 결정하는 등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최전선을 담당했다.

그러던 중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 협력 필요성이 커지자 호주는 2015년 중국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회원국으로 동참(3월)했고 다윈항 일부를 중국 기업에 99년간 임대(11월)해 주는가 하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발효(12월)했다.

호주 정부의 대중 강경 선회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자 호주 내에서는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문 BBC 방송은 최근 “한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한 보복 조치가 호주에도 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상되는 보복 조치로는 중국이 호주산 철광석 수입을 브라질로 바꾸거나, 호주로 가는 관광객과 유학생을 축소하는 것이 거론된다. 이미 호주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잠정 수입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