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DBR]장사가 안되는 날… 가게 문 일찍 닫아야 하는 이유

입력 | 2017-12-18 03:00:00

美세일러교수 ‘범위한정 성향’ 연구
택시기사들, 수입 많으면 일찍 끝내… 실제로는 잘 버는날 더 일해야 유리
기업도 장기적인 업무성과 높이려면 투입량 대비 효율부터 따져봐야




《 “진정한 슈터는 연습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끝없는 반복 연습만이 슛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신준섭은 하루 500개의 슈팅 연습을 거른 적이 없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일본 농구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다. 스포츠만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야도 없는 것 같다. 미국프로농구 리그인 NBA에서 가장 정확한 슛쟁이로 꼽히는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역시 시즌 중에는 매일 250개, 비시즌에는 매일 500개를 목표로 슛을 연습한다고 한다. 》
 

노력과 성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실력 향상 외에도 선수의 성취동기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500개씩’과 같은 방식으로 연습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의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이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그는 뉴욕 택시기사들의 운행시간과 수입의 관계를 조사했다.

택시기사들은 아침에 두어 시간만 운행해 보면 승객이 잘 잡히는 날인지, 잘 안 잡히는 날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시간당 수입이 높은 날(승객이 잘 잡히는 날)에는 운행시간을 늘리고 시간당 수입이 낮은 날(승객이 잘 안 잡히는 날)엔 운행시간을 줄일 것이다. 그래야 총 운행시간 대비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뉴욕의 택시기사 대부분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즉 승객이 잘 안 잡히는 날에 더 많은 시간을 일했고, 승객이 잘 잡히는 날은 일찍 퇴근했다.


세일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택시기사들의 범위한정 성향(narrow framing) 때문이다. 한 달 또는 1년 수입이 최대가 되도록 노동시간을 배분하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의 수입만 생각하며 일일 목표를 달성하면 퇴근하는 것이다.

농구 슈팅 연습도 마찬가지다. 연습을 하루 하고 말 것도 아닌데 하루하루 단기성과만 고려해 노력의 투입량을 결정하다 보면 뉴욕 택시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전체 노력 투입량 대비 최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선수의 컨디션이 좋아서 연습의 효율이 높은 날 더 많은 슈팅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컨디션이 나쁜 날 억지로 목표 개수를 채우다 보면 나쁜 자세와 습관이 몸에 밸 수 있고 몸이 느끼는 피로도 더 커서 다음 날 연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농구 선수나 뉴욕 택시기사만이 아니라 기업도 범위한정 성향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나 검토하고, 장기적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인적자원의 투입량을 결정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직장인의 월평균 휴일 근로시간이 7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휴일 근무시간이 긴 것은 이상적인 노동 투입량 배분이 아니다. 아무래도 휴일은 업무 생산성이 평일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휴일처럼 생산성이 낮은 날에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이 높은 날의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무작정 휴일 근무를 없애고 전체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범위한정 성향을 극복하고 총투입량 대비 장기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노동의 전략적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화 ‘슬램덩크’에서도 최고의 슈터는 하루 500개씩 기계적으로 슛 연습을 하는 신준섭이 아니다. 농구가 정말 좋아서 방황 끝에 농구부로 돌아온 기분파 슈터 정대만이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