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사진공동취재단/동아일보 DB
틸러슨 장관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애틀랜틱 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는 북한이 대화하고 싶을 때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기꺼이 첫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핵)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오게 할 필요가 있다”며 “그냥 만나자. 원하면 날씨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우리는 네모난 테이블이든 원탁 테이블이든 이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김정은이 아버지 할아버지와 분명히 다른 스타일”이라며 “우리는 그와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들의 방법과 생각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에 있어 ‘다른 선택’을 기꺼이 하겠다는 관점을 가지고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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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도 전날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12일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자 대사는 공항에서 기자들이 ‘미국과 직접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조건이냐는 질문엔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이라고만 답변했다. 북한의 요구 조건은 ‘핵보유국을 인정하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북한이 지난주 방북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을 통해 유엔과의 대화채널을 연 것 역시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내일부터 이틀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이사회 총회에 미 조셉 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북한 외무성 당국자들이 접촉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드는 게 아니라 핵 보유를 인정하라며 자신들의 요구만 관철시키려할 가능성이 커 실제 비핵화에 대화의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틸러슨 장관은 외교적 노력이 실패에 대비해 군사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외교적 노력들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군사옵션에 대한 의지도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한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군 관계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우리는 준비돼있다”며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자신의 차례가 되면 (북한과의 전쟁에서)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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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이날 토론회에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대해 “협상이 신속하고 순조롭게 진행돼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의 무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부분 적자”라며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의무규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