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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드갈의 한국 블로그]사채까지 쓰면서 유학해야 하나요?

입력 | 2017-12-12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2008년 한국은 2012년까지 10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정책을 시작했다. 또 2015년 7월 교육부는 2023년까지 20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에 따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유치하는 유학생에 비해 한국으로 오는 유학생이 적고, 한국 내 학령인구가 급감하며, 생산가능인구도 감소하는 추세에 대비해 국가 및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이런 문제에 대한 한 가지 방책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중 상위 20개국에는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 출신 국적이 절반을 넘는다. 2015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 59.3%(5만4214명), 베트남 4.87%(4451명), 일본 3.38%(3492명), 몽골 3.4%(3138명) 등으로 순위가 이어진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 덕분에 2009년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한국에 유학 올 수 있었다. 내 삶을 변화시킨 감사한 정책이다.

정부 초청 학생에 대한 혜택은 직전 학기 평균점수에 따라서 등록금을 면제해 주거나 본인이 부담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래도 흔하지 않은 기회라고 여겨 감사하면서 한국에 왔다. 몽골은 한국보다 경제가 좋지 않은 탓에 한국행 비행기 운임은 아버지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한다. 또 유학 생활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고 은행 잔액증명서를 떼기 위해서는 친언니가 직장인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가족의 한결같은 응원과 지원 덕분에 유학 생활이 가능했다. 대부분의 유학생의 경우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나라에서 오는 필자와 같은 유학생들의 경우 한국에 오기 위해서 부모님이 집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돈에 대한 걱정거리가 그것만으로 없어질 수는 없다. 유학생들은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한국 거주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 관할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해야 한다. 출입비자 연장을 위해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건강보험 가입 증명서와 성적표, 은행 잔액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1년에 한 번만 하면 되는 일이긴 하나 유학생들에겐 심리적인 압박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필자가 학부 과정을 다니던 2009년에는 은행에 잔액이 100만 원 정도 있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학부 과정 학생은 9000달러(약 980만 원), 석사 이상은 150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8년 만에 이렇게 심하게 많이 오른 이유를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가족이 동반비자로 함께 있는 학생이라면 금액은 가족 수대로 곱해 늘어난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은행 잔액에 대한 규제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장학생이 아닌 자비 유학생의 경우 비자를 연장하는 데에 필요한 은행 잔액과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무척 버겁다. 일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이 큰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채를 쓰거나 다른 사람에게 높은 이자를 주면서 돈을 빌린다. 기간도 최소 3일에서 최대 7일 단위로, 하루에 1%씩 이자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이 정책은 유학생들에게 경제적인 압박만 주며, 한국 유학 생활에 대한 개인 및 국가의 이미지를 좋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비자 연장 정책과 규제를 다시 한번 고민하여 개선했으면 좋겠다.

정책이란 그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수용하고 따라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만든 사람의 생각이나 현실과 무척 다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각자 수용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정책이라고 해서 이 사회에서도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내지는 않는다. 특히 외국인 정책을 수립할 때 충분한 조사와 논의를 한국 전문가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학생들과 충분한 소통을 한 뒤에 실행했으면 한다. 무조건 OECD 국가 기준에 맞추려고 쫓아가다가 사회 구성원들이 다칠 수도,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