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불기 시작한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기는 180여 년 전 프랑스 발자크가 보여준 돈 집착증만큼이나 뜨겁고,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원래는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을 풀며 채굴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웃돈을 붙인 거래가 폭증세다. 프랑스 중앙은행 빌루아 드 갈로 총재가 2일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자산”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프랑스 금융시장청 로베르 오펠레 장관은 “이게 만약 화폐라면 극악의 화폐”라고 비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은 쪽은 프랑스인데 정작 가격이 폭등하는 곳은 한국이다. 어제 비트코인 1개당 장중 가격은 최고 2400만 원을 넘었다. 한국인들이 새로운 투자에 특히 환호하고, 돈을 번 사람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도 유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비트코인 광풍 속 한국을 핵폭탄이 떨어지는 지점을 뜻하는 ‘그라운드 제로’에 빗댔다.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인데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5분의 1이 원화 결제다. 체급보다 과한 펀치를 휘두르다가 제 풀에 쓰러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