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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80명 5개월 매달린 적폐수사… 내부서도 피로감 호소

입력 | 2017-12-06 03:00:00

문무일 총장, 적폐청산 사실상 제동
文 “11월말까지 끝내려했는데… 본연의 임무 종사하기를 기대”
“파견검사들 12월 중순부터 복귀… 내년엔 민생 수사에 집중 할 것”
“특활비 등은 진행상황 판단 필요”… MB 관련 수사 새해초까지 이어질듯




‘연말 데드라인’ 선언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적폐 청산’ 수사에 대해 “올해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무일 검찰총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하고 ‘적폐 청산’ 수사 장기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총장은 “이런 일들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도 사회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 목표는 11월 말이었는데 넘어온 과제들이 많고 계획보다 수사 진행이 안 돼서 늦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80여 명의 검사들이 투입돼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적폐 청산 수사가 국민 통합 등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속적으로 ‘댓글부대’ 운용 등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기면서 11월 말까지 끝내려고 했던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 총장은 “주요 수사가 마무리되면 검찰로서는 저희가 원래 부여받은 임무에 종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적폐 청산 수사는 검찰 본연의 임무로 보기 어렵다는 뉘앙스였다.


검찰 내부에는 문 총장의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검사들이 많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국민들만 피로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검찰 내부에도 피로감이 쌓였다”며 “검찰이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그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식의 수사는 본 적이 없다”며 “국정원에서 의뢰를 받은 수사를 안 할 수는 없지만 정권이 바뀌면 또 이런 일이 반복될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문 총장의 작심 발언은 이 같은 검찰 내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이 더 이상 가만히 있다가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을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문 총장이 청와대와 국정원 중심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의 ‘데드라인’을 정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이 불가피하게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전국 일선 검찰청의 우수 검사들을 차출해 적폐 청산 수사에 투입하면서 누적된 조직 내부 불만도 문 총장 발언 배경 중 하나다. 문 총장은 “수사에 한시적으로 파견됐던 검사들을 이달 중순부터 수사가 마무리되는 순서대로 원 소속청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는 “문 총장 말씀처럼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수사팀에서 특정 인물을 정해놓고 수사를 한다든지 시한을 박아놓고 수사를 할 수는 없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의 발언이 국내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격화될 정치 싸움에 검찰은 끼어들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적폐 청산 수사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국정 농단 사건 수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 총장은 이처럼 수사가 1년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 공방에 휘말리면 향후 검찰 개혁 논의 등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횡령 의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해선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내년 초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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