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의 길을 묻다]<하> 시민참여 프로젝트 본격화
5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청파로 옹벽에 그려진 폭 185m의 대형 벽화 ‘만경청파도’ 앞으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만경청파도는 화가 6명이 인근 서계동 주민 30명 이상을 인터뷰한 뒤 성당, 공장, 약국 등 마을의 이야기를 담아 그린 대형 벽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미술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을 지향한다. 시가 전범(典範)으로 삼는 것은 독일 공공예술 프로젝트 ‘7000 떡갈나무 프로젝트’다.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1982년 독일 중부 인구 20만의 소도시 카셀 곳곳에 떡갈나무 7000그루를 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구 사막화를 막아보자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였다. 1986년 그가 숨을 거둔 뒤에도 시민들은 계속 나무를 심었다. 마침내 1987년 작품이 완성됐고 카셀은 그야말로 떡갈나무로 뒤덮였다. 시민들이 나무의 중요성과 풍요로움을 느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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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전문가가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미술을 향유하는 시민들이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작품 선정도 시민과 함께한다. 지난달 서울의 관문에 설치할 공공미술작품도 시민 투표로 결정했다.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서울 도심으로 오는 주요 진입로인 가양대교 북단에 세울 공공미술작품 ‘서울의 시작’이다. 민현식 작가가 시민에게서 화강암 돌멩이 1000만 개를 기증받아 서울 모양을 추상화한 조형물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 동네가 공공미술작품이 되다
서울시는 단순히 공공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개별 작품을 여기저기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전체가 하나의 공공미술이라는 관점이다.
이를 위해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을 공공미술테마역으로 조성하고 인근 공간도 콘셉트에 맞춰 디자인하기로 한 것이다. 콘셉트는 ‘자연’으로 잡았다. 녹사평역 바로 옆의 용산 미군기지는 내년까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게 돼 있다. 이후 공원으로 바뀌는 공간을 더욱 자연친화적으로 꾸민다는 얘기다. 녹사평역과 공원 전체가 아름다운 자연 미술관으로 바뀌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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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만든 ‘공공미술 시민발굴단’의 역할과 기능도 더욱 강화한다. 큐레이터 10명과 시민 약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발굴단은 공공미술작품을 찾아다니며 문제점과 개선 아이디어 등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공공미술작품 가운데 최고와 최악을 선정하는 등 전문가가 아닌 시민 눈높이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프로그램 취지를 더욱 살려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일상에서 공공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위원장은 “공공장소에 들어서는 미술작품은 영구적인 공공재다. 작품을 시민에게 선보일 때는 폭넓은 합의 절차를 거쳐 후대에 남는 작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