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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왕자와 약혼한 여배우

입력 | 2017-11-30 03:00:00


영국 찰스 왕세자가 고(故) 다이애나 전빈(前嬪)과의 사이에 낳은 두 아들 중 미혼인 해리 왕손이 미국 여배우 메건 마클과 27일 약혼했다. 마클은 내년 5월의 신부가 된다. 마클은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인이다.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인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에게 넘긴 일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물론 해리는 왕위 계승 서열이 형 윌리엄이 케이트 미들턴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조지(4)와 샬럿(2)에도 미치지 못하는 5위여서 왕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이 미국인 이혼녀와 결혼하려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2005년 이혼녀인 커밀라 파커 볼스와 재혼했다. 볼스는 그 지위가 왕세자빈(princess)이 아니라 공작부인(duchess)이고 찰스가 왕이 된 후에도 왕비급(queen consort)으로 승격하지 못하고 왕세자빈급(princess consort)에 머문다.

▷다이애나만 해도 가난했지만 귀족 집안 출신이었다. 그 자유분방한 기질이 왕실의 엄격함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윌리엄은 2010년 영국 왕실 사상 최초로 평민 출신인 미들턴과 결혼했다고 해서 화제였다. 마클은 미국인이니까 귀족이니 평민이니 따질 수는 없다. 다만 마클은 외가 쪽으로 흑인 피가 섞여 있다. 이것도 처음이다.

▷마클은 지적이고 다재다능한 여배우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연극 외에 국제관계를 전공해 정치 진출의 꿈을 꾸기도 했다. 배우를 하면서도 라이프스타일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고 인도주의적 활동에도 열심이다. 본인이 디자인한 드레스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마클이 TV 토크쇼에서 짧은 원피스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자유분방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정숙한 세련미의 미들턴에게서는 찾기 힘들다. 스타일만이 아니라 인도주의 스포츠 문화 사업 후원에서 두 왕손 부인들이 펼칠 대결이 궁금해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