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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양보없는 싸움, 한바탕 웃음 뒤엔 씁쓸한 현실이

입력 | 2017-11-28 03:00:00

리뷰 / 연극 ‘밖으로 나왓!’
일본의 노다 히데키 감독 작품, 역할과 성별 다른 배우들이 연기




노다 히데키의 연극 ‘밖으로 나왓!’의 화려한 색감의 무대는 특유의 일본풍이 물씬 묻어난다. 국립극단 제공

일본 특유의 색감이 담긴 다채로운 무대와 황당하지만 어딘가 웃긴 상황들, 디지털 장치에 종속된 현대인의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메시지….

23일부터 나흘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일본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 노다 히데키(62)의 연극 ‘밖으로 나왓!’은 러닝타임 80분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 작품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만삭의 반려견 ‘프린세스’가 출산을 앞둔 상황이라 가족 중 한 명은 꼭 곁을 지켜야 하는 상황. 일본 고전극 배우협회 623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이 있는 아빠 ‘보’, 3개월 전부터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둔 엄마 ‘부’, 신흥 사이비 종교 모임에 가려는 딸 ‘피클’은 서로 외출해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쓴다.

조금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만 달리던 가족은 각자의 발목에 쇠사슬을 건 뒤 열쇠를 버려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한다.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이는 딸 피클을 못마땅하게 여긴 부모는 스마트폰을 박살내고, 격렬한 몸싸움 과정에서 인터폰과 유선전화마저 망가뜨린다. 세 사람은 쇠사슬에 발이 묶여 고립된 것은 물론이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모든 도구와도 단절된다. 대사와 상황이 황당하고 익살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음, 씁쓸한 맛이 풍긴다.

재밌는 건 세 캐릭터 모두 반대의 성별을 지닌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점. 연출가, 작가, 배우로 1인 3역에 나선 노다 히데키는 완벽한 여장 연기로 엄마 ‘부’를, 아빠 ‘보’는 영국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연극상을 수상한 여배우 캐스린 헌터가 맡았다. 딸 피클 역시 영국 남자 배우 글린 프리처드가 연기했다. 무대 한쪽에서 일본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일본 가부키 인간문화재 다나카 덴자에몬 역시 특별함을 더했다.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