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점에 대한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특허제도는 라이선스를 장려하여 기술을 확산·진보시키고, 독점기간이 끝난 후에는 새 기술개발의 밑바탕이 되어 사회 전체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영업비밀은 기술의 사회적 확산과 친하지 않다. 영업비밀은 타인에게 이전되면 이를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와 루트128 지역이 좋은 예다. 19세기에 이미 섬유, 군수, 기계산업이 발달했던 루트128 지역은 1861년 설립된 매사추세츠공대(MIT) 인력을 바탕으로 보스턴 외곽의 128번 도로를 따라 형성됐다. 그보다 훨씬 늦게 1937년 휼렛패커드의 창업으로 시작된 실리콘밸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성장했다. 실리콘밸리는 첨단기술과 벤처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지만 루트128 지역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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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학생들에게 조기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되면 이제 대학생들에게 중소기업에는 취업하지 말고, 일단 취업을 하면 전직이나 창업을 하지 말도록 교육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비밀유지계약에 서명했다가 퇴직 후 이를 사용하면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좋은 인력은 없어지고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경쟁력 저하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이 법안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죽이는 칼이 될 것이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