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왜 흘러가는가/앨런 버딕 지음·이영기 옮김/496쪽·2만7000원·엑스오북스
‘뉴요커’의 전 수석 편집장이자 전속 필진인 저자는 과학 기자로 활동했다. 시간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문제에 집착했던 저자는 10여 년간 ‘시간’을 탐사 취재하기에 이른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 프랑스 파리 국제도량형국 같은 기관을 방문하고 전문가를 만나 시간의 실체에 접근한다.
알래스카 북부 기지에서 2주 동안 생활하며 스스로의 몸으로 실험까지 한 그가 풀어 놓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몸속의 시계, 즉 생체시계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시계로 확인하는 시간은 사회적 현상에 가까운 반면 생체시계는 호르몬과 뉴런으로 작용한다. 뇌 안의 ‘시교차상핵’이라 불리는 2만 개의 특수 뉴런이 체온과 혈압의 오르내림 등 여러 생체 활동을 24시간을 기준으로 관장한다. 실험용 쥐의 시교차상핵을 제거했더니 신체기관들이 제각각 따로 기능하고 잠도 잘 수 없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도 생체시계의 작동 원리를 밝혀낸 미국 과학자 3명이었다. 시차로 고생할 때, 잠이 부족할 때 내 몸속 시계들이 보내왔던 신호가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