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추 前 美에너지부 장관 “獨, LNG 발전 늘리며 대기 악화… 美, 탄소배출 줄이려 원전 유지… 文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 재고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KAIST 제공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3일 KAIST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그는 현재 스탠퍼드대에서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단계적으로 탈석탄·탈원전을 추진하면서 LNG 발전 비율을 지난해 18.8%에서 2030년 37%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도 지난해 4.7%에서 2030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추 전 장관은 “독일에서는 극좌파의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어 탈원전 정책이 추진됐다”며 “자동차 산업은 호황인 만큼 기업들은 전기료 혜택을 받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정용 전기료는 올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더디다. 원자로 기술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미국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값비싼 발전 단가를 감수하며 원전을 유지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 정부가 목표한 ‘2060년 신재생에너지 100% 달성’은 자연적 조건이 열악한 한국에서 현실성이 없는 희망적인 선언에 불과하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을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당시 실현 가능성이 낮아 통과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직까지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적절히 함께 운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리히터 규모 5.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겪으면서 원전은 더욱 안전해지는 상황”이라며 “대기오염으로 인체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석탄화력이나 LNG 발전이 오히려 원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비중을 60%에서 0%로 줄인다고 했지만 현재 환경적, 경제적 불이익 때문에 재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추 전 장관은 KAIST가 주최한 대중 강연과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상희 전 과기처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의 에너지 정책 대담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에너지부 장관으로 그를 임명하면서 노벨상 수상 과학자 중 최초로 행정부에 입성해 관련 정책을 이끌었다. 그는 에너지부 장관 재임 기간에 미국의 청정에너지 연구와 이를 통한 신산업 창출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