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가 밝힌 귀순병 상태
귀순병 병실의 태극기 귀순 도중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주치의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22일 병실에 걸린 태극기 사진을 보여주며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 교수에 따르면 오 씨는 18일 오전 인공호흡기를 뗀 뒤 19일 저녁부터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이 교수가 한국 노래 3곡을 들려주자 오 씨는 소녀시대의 ‘Gee’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21일부터는 TV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뉴스를 보면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영화 전용 채널만 틀어주고 있다. ‘CSI’ 등 미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오 씨는 영화 ‘트랜스포터’를 보던 중 배우가 빠르게 운전하는 장면이 나오자 “나도 운전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교수가 “(JSA 귀순 도중 차가) 왜 도랑에 빠졌느냐”고 묻자 오 씨는 그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의료진은 오 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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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18세 때부터 군에만 있던 친구라 손이 빨래판처럼 거칠지만 얼굴은 배우 현빈처럼 잘생겼다”며 “군대는 이제 싫다고 해 공부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병실에는 오 씨의 안정을 위해 소형 태극기를 걸어두기도 했다.
오 씨의 초기 손상중증점수(ISS·15점 이상이면 생명 위험)는 22점으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18점)보다 높았다고 한다. 총알이 관통한 왼쪽 어깨는 신경이 손상돼 당초 절단할 위기였지만 다행히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수술로 봉합한 내장이 마비돼 ‘장폐색’이 나타날 우려는 여전히 있다. 이 교수는 군에 합동신문을 한 달 뒤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