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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동아]혈액 한 방울로 부정맥 발견부터 뇌졸중 위험까지 예측

입력 | 2017-11-22 03:00:00

심장 질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협진 시스템으로 최상의 치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부정맥 치료를 위해 심방세동 심전극도자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최다 실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제공

우리 몸의 피가 심방에 모였다가 심실의 수축으로 온몸에 다시 퍼져나가는 것이 순환기계의 과정이다. 여기서 핵심 역할은 심장이 담당하게 되는데,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이 리듬을 잃고 불규칙적으로 뛰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이러한 부정맥 치료를 위해 전극도자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고 최다 실시하고 있다.



협진 시스템으로 적절한 치료, 재발률 낮춰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순환기내과를 중심으로 흉부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의로 이뤄진 협진팀이 최상의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곳의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시술 건수가 많을 뿐 아니라 90% 이상의 완치율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장기인 심장을 다루는 시술임에도 지금까지 3000차례 이상의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시술 중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정밀한 시술을 펼치고 있다.

특히 다른 곳과 차별화된 점은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심장의 상처 조직과 섬유화 정도를 파악해 치료가 효과적인지 파악한다. 불규칙한 심장 리듬과 그에 따른 심장의 스트레스는 심장에 섬유화를 유발하는데, 심장에 섬유화된 조직이 많고 심장이 커져 있는 등 심한 경우에는 시술로 치료가 잘 안되고 시술 시간도 길어져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치료 후 재발 확률도 높다. 이렇게 완치가 어려운 부정맥의 경우, 흉부외과의 협진을 통해 내시경으로 부정맥 수술을 시행해 치료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에 시술을 위해 입원한 환자들은 수면다원검사를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부정맥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재발률을 낮춰 치료 효과를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시술 후 수면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이 발견된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 부정맥의 재발률을 10% 이상 낮출 수 있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는 “여러 진료과의 협진을 통해 환자가 질병과 재발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고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유일의 부정맥 협진 시스템으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증 감소 위해 새로운 치료법 도입 및 개발

심방세동 환자는 혈전이 생기기 쉽다. 혈전의 90%가 생성되는 좌심방이에 우산 모양의 장치를 씌워 혈전 생성을 막을 수 있다. 혈전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는 혈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먹어야 하지만 이는 출혈의 위험성이 있고 가려야 할 음식이 많으며,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통해 용량을 조절해야 하므로 많은 환자들이 복용을 꺼린다. 때로는 항응고제를 아예 복용하지 못하거나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혈전을 방지하는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을 실시함으로써 뇌졸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섬유화가 진행된 심장 MRI.

또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심방세동의 지속 정도나 뇌졸중의 발생 위험 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뇌졸중은 매우 치명적인 합병증”이라며 “좌심방이 폐색술은 약물치료보다 뇌졸중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란 사실이 밝혀진 만큼 심방세동 환자라면 시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졸중이 발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장 기록기를 사용해 2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약 30%가 심방세동이 있었다. 뇌졸중의 숨은 원인이 심방세동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는 65세 이상의 모든 환자는 심전도 검사로 부정맥 여부를 확인해 조기에 발견하는 편”이라며 “국내에서는 종합검진 항목에도 빠져 있어 발견이 늦고, 심지어 최초 발견 시부터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부정맥 판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정맥이 심장 내벽뿐만 아니라 외벽에서 발생했을 때, 이를 외부에서 구멍을 뚫어 외벽의 발생 부위를 치료하는 ‘심내막·심외막 혼합요법’도 실시하고 있다. 이 기법은 흉곽을 열지 않고도 개흉술과 같은 높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알코올 주입법’도 도입했다. 이는 보통의 전극도자절제술만으로는 잘 치료되지 않는 만성 심방세동의 치료를 위해 실시하고 있다. 특정 심방 혈관에 99%의 알코올을 직접 주입하고 전극도자절제술을 혼합 사용하면 절제하는 범위가 줄어들어 합병증과 재발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부정맥 위험 조기 예측으로 선제적 대비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유전성

정상 심장 MRI.

심장질환 클리닉을 개설하고 유전자·유전체와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의학을 통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부정맥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유전자의 유무를 미리 파악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상담,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토털 케어를 시행한다. 특히 정밀의학의 구현으로 개인의 상황에 맞춘 질병의 예측과 선제적인 대비, 지속적인 관리와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급사나 돌연 심장마비는 부정맥의 가장 위험한 대표 증상”이라 경고하며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너무 늦을 수 있으므로 가족력 등 유전성 부정맥의 위험 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예방 및 대비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전자·유전체의 활용을 통한 의료는 정밀도와 개인 맞춤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밀의학의 체계적인 기반과 임상적인 치료 경험으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시행해야 정확한 진단과 확실한 예방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곳 부정맥센터는 치명적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 환자를 진단 즉시 적극적인 시술로 소생시키는, 국내 최초 ‘24시간 응급심장마비 부정맥 시술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 중이다. 3인 이상의 심장내과와 심장외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및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부정맥 전문 간호사와 기사, 그리고 코디네이터가 한 팀으로 24시간 순환 근무를 하며 전문적인 응급 부정맥 시술이 가능하다. 24시간 응급진료로 쇼크 상태에서 체외 심장기기를 설치하고, 3차원 정밀진단법으로 부정맥의 근원지를 색출해 제거하는 국내 최초의 진료 시스템이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