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주인공 햄릿이 된 배우 고은성
‘햄릿: 얼라이브’에서 주인공 햄릿 역을 맡은 배우 고은성. 그는 뮤지컬 연출가 박소영, 동료 배우들과 함께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고전 작품을 공부할 정도로 작품 분석에 적극적이다. CJ E&M 제공
역사상 이렇게 유명한 대사가 또 있을까.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이 올해 말 뮤지컬이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에서 주인공 햄릿 역을 맡은 고은성(27)은 공연계에서 주목하는 무서운 신예다. 데뷔 때부터 풍부한 성량 덕분에 ‘미친 가창력’으로 통했고, 한 캐릭터에 고정되지 않는 다양한 이미지를 담은 외모 덕분에 캐릭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손꼽힌다.
1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은성은 햄릿 캐릭터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제작사로부터 햄릿 역 캐스팅 소식을 접한 뒤 자비를 들여 원작 소설의 배경이 된 덴마크 크론보르성을 다녀왔다. 그는 “캠코더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난 여행이었다”며 “성 곳곳을 돌며 햄릿이 이곳에서 어떤 감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삼촌에게 복수하려 했을까를 상상했다. 많은 영감을 얻고 왔다”고 말했다.
‘햄릿’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고은성의 눈빛과 목소리에선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고은성은 “오디션 때 ‘햄릿이 어떤 캐릭터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아버지를 죽인 삼촌에게 단호하게 복수할 줄 아는 반항아 캐릭터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햄릿이 우유부단하고 결정 장애가 있는 인물이란 분석이 많잖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햄릿은 강한 남자예요. 스스로 복수의 칼을 들고 주도적이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인물이에요.”
이번 작품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했던 스타 배우 홍광호와 햄릿 역에 더블 캐스팅된 사실이 알려지자 주위에서 ‘고은성, 너 어쩌냐’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넌 이제 비교돼서 욕먹을 일만 남았다고도 했어요. 근데 제 생각은 달라요. 광호 형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고, 제 입장에선 좋아질 일만 남은 거 아닌가요? 광호 형과 저의 햄릿은 확연히 다른 매력을 지녔어요.”
고은성은 2014년 뮤지컬 ‘그리스’에서 30 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연소 대니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당시 연출님이 ‘제발 나이트에 좀 가라’고 하셨어요. 여자를 왜 꼬시지 못하냐고요. 다시 하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고은성은 가수 출신 배우이자 8세 연상인 아이비와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와 피에로를 연기하며 실제 연인으로 발전해 1년 넘게 열애 중이다. 23일∼내년 1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6만∼13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