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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겨울 앞둔 ‘지진 난민’… 국민 생명·안전 지켜줘야 나라다

입력 | 2017-11-20 00:00:00


어제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포항 지진으로 인해 파손된 주택이 2566채, 이재민은 1318명에 이른다. 흥해실내체육관 등 11곳에 수용된 이재민들은 추위와 좁고 답답한 대피소 생활에 지쳐가고 있다.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것, 용변의 불편함과 감염 우려는 물론이거니와 대다수가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도 되느냐는 질문에 포항시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주민 거주지는 개인 건물이기 때문에 당국이 나서서 들어가라 말라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국가 책임을 방기한 어이없는 일이다.

파손된 주택 가운데 1987년 준공 허가가 난 흥해읍 대성아파트와 원룸 2곳은 철거가 불가피하다. 건물이 휘어지고 창문과 벽면이 훼손된 대성아파트는 곧 무너질 것 같은 아찔한 모습이다. 아파트 입주민 300여 명은 인근 흥해실내체육관으로 옮겨 생활하고 있지만 아파트가 철거되면 갈 곳이 없다. 정부가 이재민을 2, 3년간 장기 수용을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는 대성아파트에 집을 떠나지 못하는 모녀가 있다. 뇌출혈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엄마와 여고생 딸은 체육관보다는 이곳이 낫다며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주민을 위한 별도의 주거공간을 확보하고 이들을 설득해 데리고 나오는 것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 역할이다.

대피소에는 텐트와 칸막이를 치기로 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대주택 160채를 보증금 없이 기존 임대료의 50%에 제공하기로 했다지만 피해 규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현재 건물 안전진단이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위험등급을 받는 건물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수박 겉핥기식 안전진단에 수긍하지 않고 귀가를 거부하거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의 탈출을 꾀하는 주민들도 많다. 주민들의 중장기 주거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일본은 지진경보도 빠르지만 사후 수습도 과연 선진국답다. 지난해 4월 구마모토 지진 당시 주민과 지자체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구마모토는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곳이다. 구마모토현과 국토교통성은 숙박업소와 부동산업계, 다른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민간 공공임대주택과 가건물, 빈집을 1만 채 이상 확보해 건물 안전진단과 보수가 끝날 때까지 머물도록 했다. 지진 사후 대응 매뉴얼에 따른 조치였다.

우리는 지난해 규모 5.8의 경주 지진을 겪으며 큰 사회적 혼란과 함께 교훈을 얻었다. 그 결과 이번에 지진경보가 빨라진 것은 다행이지만 대피소 운영과 관리, 이재민 거주대책 등 사후 대응에서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고리 1호기 원전 폐쇄를 선언했지만 정작 범정부 차원의 지진대책은 나온 게 없다. 정부는 경주 지진 이후 무얼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