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은 다자무역 불참… 시진핑 중국은 세계화 주창 자유무역 기수가 뒤바뀐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키는 세상 법치 뒤엎고 사드 보복한 중국이, 시장 억압하는 黨治경제 중국이 감히 자유무역 운운하다니 세계질서는 얼마나 퇴영적인가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WTO는 이미 기능부전의 폐가가 된 지 아주 오래됐다. 자유무역·세계화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주의 시민사회가 큰 시련을 맞는 것과 같은 차원의 문명사적 도전이다. 과연 순수 자유무역, 세계적 개방무역을 가능케 하는 주권국가의 정치체제가 존재하는가. 그런 주권국가끼리의 세계적 자유무역질서가 시장원리로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때가 됐다. 그러면 금방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자유무역이 작동되지 않았느냐고.
정답은 ‘자유무역’이라기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특수한 미국 질서의 경제판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유무역의 원류는 근대 영국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중국 푸젠(福建)에서 믈라카해협을 거쳐 인도양을 잇는 항구도시들의 무역 관행이었다. 대륙 ‘중앙’ 지배에서 소외된 해양 변두리 항구끼리의 자유 개방 다원 거래가 자유무역의 원형이다. 인도에 진출한 영국이 이를 발견함으로써 ‘제국주의 자유무역’이 됐다. 그것은 2차 대전 후 무역과 관세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나 WTO의 무차별 자유 개방 법치지향의 자유무역은 아니었다. 1947년 GATT 출발에서부터 근본적 구조의 문제는 자유무역이 가장 필요 없는, 즉 세계에서 자급자족 능력이 가장 높은 미국이 이념과 체제로써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한일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은 안 되고 중국 동남아 국가와의 FTA라는 것도 그야말로 낮은 수준이다.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법치’를 완전히 뒤집은 반(反)자유무역이다. 국유·민간기업은 물론 외국 합작기업에까지 강제하는 기업 내 공산당 운영위원회 설치와 기업과 시장의 자유를 마음대로 억압하는 당치(黨治) 경제의 중국이 자유무역을 떠드는 것은 지금 세계질서가 얼마나 퇴영적 역행적인가를 증명한다. 2차 대전 후 실증에서 보듯 자유무역은 이상주의 국제협력이념과 냉전과 미국의 압도적 여유 즉 정치 경제 외교 가치지향이 일치한 한 시대의 체제였다.
1990년대 중국 개방 시기에 한국과 선진국이 함께 공적 원조를 제공할 때 나는 무역투자보다 시장경제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구조의 불투명성이 중국의 전통과 공산당 정치의 특수성과 맞물려 앞으로 우리에게 큰 장애가 될 것이니 원조라는 무기가 있을 때 중국 기업의 통치구조 투명성 확보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치와 경제는 기본적으로 불가분리 관계이고 중화주의 꿈과 한이 서린 중국은 특히 더욱 그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때 반대론자들은 한결같이 시장만 열리면 저절로 경제개혁과 민주정치가 된다고 면박했다. 그런 경제 제일주의, 시장만능주의 사고가 오늘 트럼프와 시진핑이 합작하고 유럽마저 분열돼 자유무역의 종언을 재촉하고 있다. 오늘의 세계는 정치가 경제무역만큼 세계화되느냐 아니면 경제무역이 주권정치만큼 국경으로 후퇴하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