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감사…” “보답…” “열심히…”….
일문일답 아닌 백문일답. 요즘 아이돌그룹의 신작 발표 회견장에 가면 드는 생각이다.
일정부터 아름답다. 회견은 대개 오후 2시쯤 이뤄진다. 음원 공개 시점은 그로부터 4시간 뒤다. 기자들은 새 음악을 거의 들어보지 않은 상태로 멤버들과 이야기한다.
멤버들이 신작의 콘셉트를 추상적으로 짧게 설명한 것을 빼면,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은 대체로 이렇게 수렴했다.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고자 늘 좋은 모습을 선보이려 합니다.” 간담회는 엉켜버린 카세트테이프처럼 15분간 겉돌았다.
이런 간담회가 끝나면 수많은 인터넷 기사가 앞다퉈 포털을 장식한다. 잠시 후 발매된 음원은 그 ‘카펫’을 유유히 밟고 차트 위를 행진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