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 ‘온-오프라인 통합 쇼핑’ 첫선
또 다른 쇼핑몰에선 증강현실(AR) 게임을 통해 쿠폰을 획득하는 행사가 열렸다. 온라인 패션쇼를 보고 곧바로 주문할 수 있는 행사도 있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13일 “AI 기술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알리바바의 ‘패션 AI’는 기록적인 광군제 매출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가 보여준 비전은 ‘신소매(New retail)’ 전략이다. 중국 52개 쇼핑몰과 협력해 팝업매장 60여 개를 중국 전역에 만들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 것은 AI, 빅데이터, AR 같은 첨단 기술이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5년 안에 e커머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향후 순수한 전자상거래의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알리바바의 눈부신 실적을 바라보는 한국 유통업계는 착잡하다.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자국 쇼핑 인프라를 키우는 중국 유통업계는 한국 시장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여행 증가, 온라인 쇼핑 확대로 세계 소매시장 간 국경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온·오프라인 유통의 부상으로 중국 관광객이 해외 쇼핑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컨설팅기업 올리버와이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1명이 해외여행에서 쓴 돈은 전년 대비 3.5% 늘었지만 쇼팽 지출액은 17% 줄어들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알리바바, JD닷컴에서 살 수 있는 해외 물품을 굳이 외국까지 가서 살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기대던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긴장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에 앞서 ‘아시아 쇼핑 천국’의 지위를 차지했던 홍콩 유통업은 이미 침체됐다. 지난해 홍콩 내 소매 판매액이 전년 대비 7.1% 줄어들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하락한 수치다. 직접적으로는 대륙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 유통업계는 중국 내 관광 및 쇼핑몰 개발 영향으로 홍콩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가 주도한 광군제와 달리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쇼핑축제마저 관이 주도하면서 분위기 조성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다. 온·오프라인과 기술 융합 속도도 중국에 한참 뒤처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4년부터 아마존을 경쟁자로 삼고 직접 ‘옴니채널’ 정책을 주도했다. 하지만 계열사 내 온라인 몰을 통합하는 작업조차 완료하지 못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쇼핑 경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이 사라진 상태인데 기존 대기업은 조직 내부 논리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해 전략을 짜는 경향이 높다. 온·오프라인 통합 경험을 통해 구매로 이끄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