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사 중심 시험운영 잇달아
심야에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마트24 성수백영점. 직원 한 명 없이 ‘셀프 계산대’만 있고 주류가 진열된 냉장고는 흰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다(위쪽 사진). 무인 편의점은 신용카드로 인증을 받아야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시험 운영 중인 무인 편의점은 5곳.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은 5월부터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24’ 편의점은 6∼9월 직영 매장 4곳을 잇따라 무인 편의점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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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모습이 당황스러워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무인 편의점은 평소 출입문이 잠겨 있다. 신용카드로 인증을 받아야만 열린다. 이날 오후 11시 반부터 다음 날 0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성수백영점을 찾은 13명 중 3명이 그냥 돌아갔다. 무인점포 이용 방법을 모르거나 신용카드가 없어 출입문을 열지 못한 이들이었다. 무인점포는 신분증 확인이 불가능해 술과 담배를 팔지 못한다. 심야시간대 많이 팔리는 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의점 매출 측면에서는 단점이다.
이마트24는 무인점포 운영으로 매출액은 감소하지만 손익 측면에서는 효율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감소분보다 인건비 절감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마트24 관계자는 “4개 매장의 무인화 후 영업이익을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2.5배였다. 특히 최저시급의 1.5배를 지급해야 하는 심야시간에는 무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보안상 우려되는 모습들도 발견됐다. 신용카드 인증을 받은 사람만 입장하는 게 원칙인데 실제로는 점포에서 나오는 사람이 문을 열었을 때 그냥 들어온 사람도 여럿이었다. 신용카드 인증 없이 매장에 들어오면 계산 없이 물건을 가져가도 폐쇄회로(CC)TV로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기 전에는 잡아내기 힘들다. 술이 든 냉장 진열고는 블라인드로만 가려져 있어 허술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유현우 군은 독서실이 근처에 있어 심야에 가끔 이 점포에 온다고 했다. 유 군은 “혹시 상품이 도난당했을 때 내가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문이 잠겨 있어서 나갈 때 갇히는 것 아닌지 무서울 때가 있다”고 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도난을 사전에 방지할 방안을 찾지 못해 아직 직영점 외에 가맹점까지는 무인점포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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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 확산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 창출과 역행할 수밖에 없어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편의점이 일자리 창출의 순기능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큰 업종이 됐다.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인건비 부담까지 늘면서 한국도 무인 편의점 시대가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