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사회부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과 함께 실종 수사를 맡는 여성청소년과 형사 일부를 떼어내 실종수사팀을 만든다는 게 경찰의 대책이다. 추가 인력과 예산은 없다. ‘돌려 막기’ 조치다. 일선서 여청과 형사는 “지금도 부서 인력이 부족한데 일부에게 실종 사건을 전담시킨다고 해도 일반 사건이 터지면 다 동원될 수밖에 없다. 실종담당 형사는 업무만 늘어날 게 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전체 실종 신고 가운데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 비율은 0.03% 수준이다. 실종담당 경찰은 10000건 중 3건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역으로 10000건 중 997건은 별일 아니라는 생각에 안일해지는 게 현실이다. 한 경찰관은 “범인을 잡으면 포상을 받지만 실종자는 찾아도 당연시된다. 십중팔구 돌아올 텐데 공들여 찾으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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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실종전담팀이 부족하거나 매뉴얼이 부실해서 생긴 참극이 아니다. 경찰이 피해 여중생의 실종 신고를 ‘코드1’으로 분류하고도 출동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최종 행적을 확인하지 않아서다. 이미 있는 인력과 매뉴얼을 활용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잘 갖춰진 시스템이 있는데도 왜 경찰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경찰은 2012년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112신고체계를 확 뜯어고쳤다. 112상황실이 전문성을 중시하는 조직이 되면서 능력 있는 경찰이 대거 포진했다. 실종 수사에 당장 인력과 예산을 늘리기는 어렵다. 오원춘 사건 때처럼 전문성을 가진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
이지훈·사회부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