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청 강제집행 나서지만 ‘막무가내식’ 점거엔 무기력 “자기주장하는건 좋지만 불법 안돼” 시민 반응 시큰둥… 통행불편 호소
《 촛불집회의 가장 큰 유산은 평화적 소통이다. 연인원 1684만 명이 모였지만 물대포와 차벽, 돌과 몸싸움은 없었다. 28일 열린 ‘촛불 1년’ 집회도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에서 보여준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집회·시위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도심 곳곳에선 시민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
줄지어 늘어선 천막 때문에… 27일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빌딩 앞에 농성용 천막이 길게 줄지어 있다. 천막이 인도 일부를 차지하면서 보행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면접을 보려고 여의도를 찾은 함모 씨(20·여)는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으며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이불자락에 깜짝 놀랐다. 6m 남짓한 인도의 절반을 농성장이 차지하다 보니 자칫하면 천막과 충돌할 판이다. 함 씨는 “자기주장을 밝히는 거야 상관없지만 이렇게 인도에 큰 천막까지 치면 아무래도 지나는 사람들이 불편할 테니 농성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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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법상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거나 교통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 도심 곳곳에 자리한 장기 농성장은 대부분 불법이다. 시나 구청이 철거를 유도하고 강제집행까지 나서지만 ‘막무가내식’ 점거 앞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겨우내 이어진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집회·시위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실제 집회·시위 현장의 폭력성은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둔감하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사회단체가 기존의 의사 전달 방식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통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미국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처럼 TV 광고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정부도 시민들의 의사 전달 채널을 다원화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