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B/셰릴 샌드버그, 애덤 그랜트 지음/안기순 옮김/304쪽·1만6000원·와이즈베리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슬픔 극복하는 노력의 과정 담아
셰릴 샌드버그는 남편을 잃은 후 진정으로 위로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격려보다는 곁에 있어 주겠다는 말이,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기보다는 함께 추억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 셰릴 샌드버그(오른쪽)와 데이브 골드버그 부부. 동아일보DB
와튼스쿨 심리학 교수이자 ‘오리지널스’ ‘기브 앤 테이크’를 쓴 애덤은 친구 셰릴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책에는 셰릴이 고통을 극복한 방법과 과정이 세세하게 정리돼 있다. 셰릴이 화자로, 애덤은 제3자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썼다.
데이브는 심장부정맥으로 순식간에 숨졌지만 셰릴은 남편을 일찍 발견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에 휩싸였다. 고통이 일상의 모든 것을 뒤덮은 채 영원히 지속될 것이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자신과 아이들을 챙기는 부모, 형제들에게는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계속 미안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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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만 보였던 셰릴이 힘겨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점에 있을 때 자신이 쏟아냈던 말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모습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는 “린인하라고? 두 발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린인’에서 배우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만들어 육아와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싱글맘에게는 둔감하고 무익한 글이었다고 고백한다. 애덤이 고통을 겪은 후 이전보다 더 성장한 사람들이 있다며 과거 셰릴이 자주했던 말(“누구든 눈으로 목격하지 못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을 인용하자 짜증스러워하는 모습도 인간적이다. 셰릴은 경제적 여유가 있고,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충분히 받았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음을 인정한다.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통을 겪는 이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짚어낸 점도 의미 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여성의 낮은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고픔 때문에 음식을 훔치다 전과자가 되는 아이들에게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셰릴은 시련을 이겨내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조직 ‘OptionB.org’를 세우고 책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며 행동에 나섰다. 제목은 인생의 암초를 만났을 때 차선의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제안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원제는 ‘Option B’.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