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증기’ 발전 기술 각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축류형 초임계 이산화탄소 터빈 발전기 및 시험 장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최근 발전기술 연구자 사이에선 ‘탈수증기’ 붐이 불고 있다. 기존 대형 발전시설은 반드시 대량의 물이 필요했다.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방법은 화력, 석유,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원자력 발전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동력 발전’은 대부분의 대형 발전소에서 써왔다. 물만큼 구하기 쉽고 가격이 싼 물질을 생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수증기를 다른 기체로 대체하는 신개념 열동력 발전 기술이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다.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물보다 비등점(끓는점)이 훨씬 낮아 쉽게 기화하는 암모니아, 프레온가스 등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것이다. 적은 에너지를 투입해 더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독일 운터하힝 지열 발전소의 내부 모습. 지하에서 고온, 고압의 열수를 끌어올리는 배관이 보인다. 칼리나파워 제공
연구진은 암모니아에 눈을 돌렸다. 암모니아의 비등점은 70도 정도, 물과 섞어주면 발전에 필요한 압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방법은 발명자인 러시아의 과학자 알렉산데르 칼리나의 이름을 따서 ‘칼리나 순환 방식’이라고 불린다. 지하에서 퍼 올린 뜨거운 물이 발전을 마치고 70∼80도 정도로 식으면 땅속에 다시 밀어 넣는다. 물과 암모니아 혼합 증기는 냉각기를 거쳐 액체 상태로 돌아간 것을 재활용한다. 한 번만 충전하면 외부에서 새로 연료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는 ‘폐쇄형 순환 과정’이다. 운터하힝 시민 대부분은 이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쓰고 있다.
비슷한 기술을 최근 국내 연구진도 개발했다. 국내 전력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화력, 원자력 발전의 효율을 한층 높이는 기술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백영진 열에너지시스템연구실장팀은 물 대신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CO₂)를 쓰는 새로운 발전방식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초임계란 기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로, 기체에 압력을 가해 액체로 압축되기 직전 상태를 뜻한다. 평상시엔 액체처럼 흘러 다니지만 기체처럼 순식간에 확산되기도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송윤호 전략기술본부장은 “지열발전은 물론이고 집열식 태양열 발전시설 등에 적용하기에도 유리하고, 공장 등에서 버려지는 폐열로 전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국내에서도 포스코 등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