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경북 경주를 다녀왔다. 유명 관광지라 방문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황룡사와 분황사, 감은사 터는 팔십 평생 처음이라는 말씀이었다. 수학여행이나 효도관광으로 찾는 곳이 불국사, 석굴암, 천마총, 첨성대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왕실사찰 황룡사 터에 섰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 명색이 문화재 담당 기자지만 주춧돌만 남은 황량한 풍경만 놓고 당시 모습을 묘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금당과 목탑 터를 차례로 돌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황룡사 역사문화관을 찾았다. 상당수 유물이 복제품이었지만 전시시설은 만족스러웠다. 목탑 구조를 복원한 모형이나 목탑에서 내려다본 신라시대 왕경 재현은 주춧돌만으로 상상하기 힘든 부분을 흥미롭게 보여줬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