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생태계 교란-위해종 관리’ 구멍
#사례2. A 씨는 애지중지 키우던 붉은귀거북을 무료 분양한다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가 지난달 지방환경청 전화를 받았다. 판매와 양도가 엄격히 금지된 생태계 교란생물 붉은귀거북을 불법 유통하려 했기 때문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애완거북 분양 글을 올렸다가 범법자가 돼 기가 막히다”며 속상해했다. 24일 인터넷에 ‘붉은귀거북 분양’을 치면 여전히 수많은 분양 및 판매글을 찾을 수 있다.
19일 유명 포털사이트 쇼핑 코너에 ‘생태계 교란종’을 검색하자 생태계 교란 생물인 황소개구리 판매 사이트가 뜬 모습. 생태계 교란생물 판매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환경부는 20일 동아일보의 제보를 받고서야 생태계 교란생물 불법 유통 혐의로 해당 업체 수사에 나섰다. 인터넷 화면 캡쳐
이렇게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교란생물종 대다수가 교란생물종으로 지정된 이후 되레 개체수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청계천에서도 발견된 생태계 교란생물 큰입배스는 2014년과 2016년 전국 모니터링에서 2년 새 상대풍부도(무작위로 포획한 생물 중 비율)가 배로 뛰었다. 식물인 가시박은 분포면적이 2014년 23만3300m²에서 29만9100m²로 28% 늘었다.
국립생태원과 외래생물 전국서식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홍선희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 교수는 “모니터링 조사는 매년 같은 지점을 조사하기 때문에 상황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교란생물 분포는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모니터링 조사에서 감소 추세로 나타난 미국쑥부쟁이를 예로 들며 “전국 실태조사 결과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경북 청송을 비롯해 호남 충남 전역 등 전국적으로 이미 넓게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위해우려종 관리는 더욱 허술하다. 생태계 유입 시 교란 가능성이 큰 위해우려종은 수입·반입 시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후 판매나 양도에 관한 규정조차 없다. 2015년 강원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발견돼 지역을 발칵 뒤집어놓은 ‘식인어종’ 피라냐는 이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됐지만 현재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구입·양도된 피라냐가 방사되면 생태계 교란생물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부처마다 유해 외래생물을 제각각 지정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규제병해충을, 해양수산부는 유해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 교란생물을 각각 지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처별 명확한 경계가 없어 중복 지정하거나 다른 부처가 이미 지정했다며 애초 목록 지정에서 제외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는 붉은불개미가 농식품부의 규제병해충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생물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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