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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회복 가능성 있는데 환자 요구로 치료 중단하면 자살 방조”

입력 | 2017-10-24 10:44:00

사진=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없는 자료 사진. 동아일보DB


임종을 앞둔 환자가 스스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하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이른바 ‘존엄사법’이라 일컬어지는 연명의료결정법이 23일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치료하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환자가 요구한다고 해서 치료를 중지하면 자살 방조에 해당된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 원장은 23일 오후 방송된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와 인터뷰에서 “(환자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등 의학적인 요건이 갖추어져야지 환자의 뜻을 받아줄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안락사’와 ‘존엄사’로 통용되는 용어에 대해 “안락사는 사망할 때 편안하게 사망한다는 뜻이고 존엄사는 품위를 유지한 채 사망한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그것에 어떤 행위가 들어가게 되고 그 행위가 살해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혼동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그런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23일부터 2018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오는 2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지금은 시행하는 기관에서 환자의 뜻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려면 내년 2월이 지나야 된다”며 “지금은 의료기관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대로 법률적인 요건을 갖춘 뒤 그 조건에 맞도록 시행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로서는 환자가 연명의료 거부 또는 중단 의사를 밝히더라도 가족, 의료진 등의 협의에 따라 의료 가능 여부를 따진 뒤 중단할 수 있는 것이다.

내년 2월부터는 타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환자의 의사에 따라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해당 환자는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치료가 가능한 사람이 ‘난 치료받기 싫다’고 한다고 해서 (치료를) 중지하거나 보류할 수는 없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하는 기본 조건은 의사의 진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의료기관의 소극적 의료 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연명 의료를 시행하지 말까 또는 포기할까 이런 결정을 하는 단계의 환자는 이제 회복 불가능하고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단계”라며 “이 단계에서 고통스럽더라도 생명을 연장하겠느냐 또는 고통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의료를 받을 것이냐는 것을 환자가 결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거나 또는 일정한 정도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생명을 연장한다거나 이런 것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한 이 원장에 따르면 존엄사와 관련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미국 일부 등에서 허용되고 있는 입법 사례는 더 이상의 고통이 진행되지 않도록 환자가 요구할 시 의사가 약물 투여 또는 조처를 통해 환자의 사망을 도와주는 ‘조력 사망’ 에 관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현행법과는 다른 단계다.
 
이 원장은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한 현행법에 대해 “우리나라가 독특한 것”이라며 “대개는 그 나라의 문화나 지침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는) 죽음에 이르게 될만한 상황일 때 가족이 환자를 보호한다는 심정으로 당사자에게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문화가 있다”며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죽어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의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바라건대 건강할 때든 아니면 중병에 걸렸을 때든 죽음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