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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동아]암 환자 위한 맞춤형 ‘면역치료’ 각광

입력 | 2017-10-25 03:00:00


이호준 스탠포드 의대 종양학과 연구교수

현재 암 환자의 주 치료방법은 크게 3가지다. 즉 수술, 화학요법, 표적치료이다. 요즘은 환자의 면역 체계를 이용해서 암을 치료하는 면역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보통 면역 치료라고 하면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를 말한다. 몸에 암이 생기면, 환자의 면역시스템을 억제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분자가 면역체크포인트이다. 따라서 이 분자를 억제하는 약(inhibitor)을 넣어서 암에 의해 억제된 면역 시스템을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함으로써 암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치료법이 모든 사람한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암에 다수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존재하는 환자들의 경우 이 치료법에 효과가 있다. 대체로 피부암, 폐암 등에서 다수의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경우다.

즉 피부암의 경우, 자외선에 의해 유발된 다수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폐암의 경우, 흡연을 통해서 돌연변이 유전자가 많이 생긴다. 일부 대장암에서도 다수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들을 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수의 돌연변이가 없는 암 환자들은 면역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최근엔 다수의 돌연변이가 없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는 애두로(Aduro)라는 회사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해 환자의 면역시스템을 자극해 활성화하는 새로운 방식의 면역 치료법을 개발했다. 암 세포에만 존재하는 표적을 넣어서 만든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원리다. 이렇게 만든 박테리아를 환자의 혈관에 투입하면 면역 시스템이 박테리아를 공격한다. 이와 동시에 면역 시스템이 표적 또한 인식해 암 세포를 공격하는 환자 맞춤형 면역치료다.

이처럼 맞춤형 면역치료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옳은 표적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최근 각광받는 방법은 환자의 암 조직에서 얻은 DNA를 통해 암 세포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찾은 뒤, 동일한 조직에서 구한 RNA 데이터를 이용해 실제로 몸에 많이 존재하는 돌연변이들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최근엔 본인을 포함한 스탠퍼드 의대 종양학과 연구팀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환자가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이 인식하는 돌연변이도 찾아준다. 즉 환자마다 본인의 면역 시스템이 돌연변이를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고, 모든 돌연변이를 인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환자의 면역체계가 인식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근래만 해도, 우리는 암을 단지 하나의 질병으로 생각했었지만,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한 명의 환자에 성질이 다른 3, 4개의 암 덩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종양 내 이질성’이라고 부른다. 어떤 돌연변이는 첫 번째 암 덩어리에서 생긴 것이고 또 다른 돌연변이는 두 번째 암 덩어리에서 생긴 것이다. 즉, 한 명의 환자 안에 존재하는 성질이 다른 암 조직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각각의 암 덩어리에서 나온 돌연변이들을 골고루 잘 섞어서 표적을 선택할 수 있는 분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유전자 분석 기술은 다수 돌연변이 유전자가 없는 환자들까지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면역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호준  스탠포드 의대 종양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