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친구를 표적으로 노린 각본을 짠 뒤 성폭행·절도범으로 덤터기를 씌워 합의금을 뜯어내는 등 성인범죄를 능가하는 청소년 공갈 사건이 기승이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3일 동급생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현금 2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공동 공갈)로 고교 자퇴생 문모 군(18)을 구속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여고생(18) 등 청소년 6명과 여고생의 엄마(48)를 불구속 입건했다.
문 군 등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9시 광주의 한 모텔로 A 군(18)을 불렀다. 그는 A 군을 부르기 전 또래 6명과 치밀한 ‘꽃뱀’ 작전을 세웠다. 이들은 A 군이 모텔에 오자 시나리오대로 술자리를 이어가다 한두 명씩 방을 빠져나왔다.
이어 A 군 엄마를 만나 “성폭행을 사건화하지 않으려면 합의금을 줘야한다”고 말해 2000만 원을 뜯어냈다. 중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여고생 엄마는 합의금 중 1200만 원을 챙겼다. 문 군 등은 친구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동급생 부모에게 2300만 원을 뜯어낸 것을 알고 모방범죄를 저질렀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앞서 동급생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2300만 원을 뜯어낸 김모 군(18) 등 2명을 구속했다. 김 군 등 2명은 지난해 10월 2일 광주의 한 아파트 자신의 집으로 B 군(18)을 불러 속칭 ‘왕 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시게 했다. 김 군 등은 4, 5시간 동안 술자리가 이어지자 B 군과 여중생(14)에게 게임명목으로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 김 군 등은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다며 B 군을 협박했다. 이어 B 군 아버지를 집요하게 협박해 현금 2300만 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또 동급생을 절도범으로 몰아 180만 원을 뜯어낸 최모 군(18)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 군 등은 2015년 6월경 C 군(18)에게 친구의 집에서 훔쳐온 금팔찌를 금은방에서 가격을 알아보자고 꼬드겼다. 이후 “절도가 들통 났다. 금은방 폐쇄회로(CC)TV에 우리 모습이 찍혀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속였다. 최 군 등은 C 군 부모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8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청소년 사이에서 범죄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꾸민 뒤 만만한 친구를 성폭행·절도범으로 몰아가는 속칭 ‘호구작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뜯어낸 합의금으로 명품 옷과 신발을 산 뒤 또래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다 경찰수사망에 포착됐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