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上> 도입 10년 성과 뜯어보니
진락천 동부케어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경기 화성시에 있는 요양시설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할머니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부케어는 직원의 51%가 취약계층인 사회적 기업으로 직원이 2년 만에 3배 가까이나 늘었다. 화성=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일 오후 경기 화성시 병점중앙로에 있는 사회적 기업 ‘동부케어’의 요양시설. 진락천 대표는 “화성과 오산, 발안, 평택에서 매일 790여 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노인뿐만 아니라 산모의 집을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도 제공한다.
동부케어는 전체 직원 중 고령자와 여성가장, 새터민(탈북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 비중이 51%다. 2015년 말 168명이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326명이 됐고 현재는 502명에 이른다. 채용 전 교육을 시키는 직무교육센터에는 새로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육 신청서류를 든 사람들의 발길이 내내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지원 정책을 도입한 지 10년이 흘렀다. 양적 성장을 거듭해 2007년 55개에 불과했던 정부 인증 사회적 기업은 1814개(올해 9월 기준)로 늘어났다. 정부는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에 직원 임금과 사회보험료, 사업개발비를 최대 5년까지 지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들 사회적 기업 고용 인원 3만9300명 가운데 고령자, 장애인 등 취업취약계층은 2만4108명으로 61.3%나 된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으로는 30대 이하 청년 5857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사회적 기업의 3년 생존율은 지난해 말 기준 91.8%로 일반 기업(38.2%)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 지원이 끝난 사회적 기업의 3년 생존율도 75.4%나 된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노동시장에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공급하고, 사회서비스 공급도 늘린다는 정책 목표는 일정 부분 달성한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는 △5000억 원 보증 지원 △각종 투자펀드 개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사회적 기업 물품 의무 구입 등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18일 내놨다. 사회적 경제는 취업 유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면 약 1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을 노린 ‘유령 기업’이나 각종 부정을 저지르는 사회적 기업을 적절히 골라내지 못하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사회적 기업 10곳 중 4곳은 노무나 회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당국에 적발됐지만 과태료 처분만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에 앞서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특히 사회적 기업이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 온전히 새로운 경제 주체로 도약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틀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은 생각하지 않은 채 좋은 의도만 갖고 시작하는 사회적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활동가’와 ‘경영자’ 마인드를 모두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김수진 사회성과인센티브사무국 연구원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할수록 사회적 가치도 함께 높아지도록 사업 모델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진 대표는 “하고 싶은 ‘착한 일’에 맞춰 사업을 하기보다 우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이윤을 낸 뒤 그 이윤을 사회적 가치에 맞게 재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화성=김성규 sunggyu@donga.com /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