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황선미 지음/368쪽·1만4000원·예담
11세 무렵부터 습관처럼 일기를 써 왔다는 작가에게 사사로운 일상은 “픽션을 위한 자잘한 팩트”이며 “징검돌을 건너기 위한 도움닫기”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마라토너 이봉주의 이야기, 김광석의 노래,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 공연까지 특별할 것 없는 일에서도 통찰을 얻어내고 교훈으로 삼는다. 빵과 커피로 소소하게 차린 점심 메뉴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모두 동화나 소설의 밑거름이 될 조각들이다.
중학교에 가야 할 나이였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 탓에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서술한 부분에선 그의 문학 작품을 이해할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친구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슬픈 결말의 이야기 짓기를 즐겼다는 대목에선 힘찬 도전과 희망으로 시작해 좌절과 실패로 끝나버려 안타까운 여운을 주는 그의 동화가 겹쳐 온다.
‘산다는 건 잡초가 무성한 땅을 정리해 꽃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라는 작가가 직접 그린 꽃과 나무, 열매 등 식물 그림 20점도 함께 수록됐다. 이파리의 수맥도 들여다보일 것같이 색깔과 형태의 묘사가 세밀하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