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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는게 취미” 80여채 가진 경찰관

입력 | 2017-10-20 03:00:00

50세 경감, 무허가 임대업… 경찰, 불법 여부 진상조사 착수
7년전에도 견책징계 받은 전력




한 경찰 간부가 전국적으로 주택 80여 채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관과 임대업자를 병행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간부는 견책 징계만 받고 계속 근무 중이다.

1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한 경찰서에 근무 중인 A 경감(50·경찰대 6기)은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에 40여 채를 포함해 전국에 주택 80여 채를 보유 중이다. A 경감은 1990년대 말부터 경매에서 낙찰받거나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주택을 구입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A 경감이 겸직허가 없이 임대업자로 활동한 것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A 경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이 처음 파악된 건 2009년 말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 과정에서다. 당시 A 경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향인 경북 김천시와 처가인 상주시, 충북 충주시, 강원 등 전국에 주택 100여 채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이 시작되자 A 경감은 적극적으로 소명자료를 냈다. 당시 그는 “주택을 산 뒤 전세를 주고 대출을 더해 다시 집을 산 것이고 부정한 돈이 아니다”라며 “돌려줄 전세금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10년 2월 A 경감의 부동산 구입자금 출처가 규명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무허가 임대업 부분에 대해서만 경징계인 견책 처분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허가 없이 영리 업무를 겸직할 수 없는데 A 경감은 2006년부터 허가 없이 임대업자로 등록해 활동한 것이다. 경찰 내규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업무가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많으면 겸직을 불허한다. 그는 2010년경 업무시간에 인터넷으로 부동산 정보를 알아봤다가 근무태만으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경감은 2010년 상부로부터 주택을 팔거나 임대업자 겸직 허가를 받으라고 지시받았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허가 없이 임대업을 하고 있다. A 경감은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서울 강남과 송파구에 각 1채, 수도권에 40여 채, 경북 충북 강원 등지에 40채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단칸방이나 옥탑방, 지하방 등을 경매로 싸게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보유 주택이 워낙 많아 자신도 정확한 숫자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공시지가로 따지면 전체 20억 원대 규모”라며 “집을 사는 과정에서 생긴 빚을 제외하면 실제 자산은 10억 원대”라고 주장했다.

A 경감은 “대출을 받고 집을 사고 임대료를 받고 또 집을 사는 과정을 반복해 1년에 4채가량씩 샀다”며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걸 알지만 집 사는 게 일종의 취미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2006년 당시 부동산이 호황이라 임대업자로 정식 등록하고 활동했다”며 “남들이 사실상 버린 집을 잘 가꿔 세를 주고 가격도 올려 받지 않아 세입자들이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A 경감은 1998년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 주택을 1800만 원에 처음 구입했다고 한다. 이후 열악한 집을 경매로 확보해 수리한 뒤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에 관심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86년 경찰대에 입학해 1990년 경위로 임관했지만 동료들과 달리 승진에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A 경감과 함께 경찰대를 다닌 한 동료는 “그가 1998년에 ‘경매로 나온 집을 몇 채 샀다’며 내게도 투자를 권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A 경감은 임관 23년 만인 2013년 7월에야 근속승진으로 경감이 됐다. 당초 경위까지만 가능했던 근속승진이 2012년부터 경감까지로 확대된 것이다. 그는 경찰 경력 27년 중 14년을 경찰대 경찰수사연구소, 도서관 등에서 근무했고 학생지도, 교수 등을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이 아무리 많더라도 깨끗한 돈으로 샀고 경찰 직위를 이용한 게 아니라면 크게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다만 주택을 사고 임대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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