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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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발생한 이른바 ‘공릉동 살인사건’에서 숨진 여성의 남자친구 대해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가운데, 사건의 피해자인 양석주 씨(38)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양 씨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두 신분을 유지한 채 여론살인까지 당했다”고 토로했다. 정당방위 인정에 대해선 “이렇게 밖에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게 2년이나 걸렸다는 것 때문에) 별로 기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양 씨는 앞서 2015년 9월 자신의 집에 침입한 장모 상병(당시 20세)이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양 씨의 약혼녀 박모 씨(당시 33세)를 흉기로 찌르자 그와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장 상병의 흉기를 빼앗아 살해했다. 약혼녀도 현장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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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면 안 된다. 그러면 양심이 없어 보이니까 말을 안 하고 있었고 아꼈었다. 그런데 특정 언론사에서는 다른 식으로 방송이 나갔다”라고 밝혔다.
양 씨가 말한 방송은 SBS의 ‘궁금한 이야기 Y’다. 제작진은 장 상병 손에 칼로 공격할 때 생기는 상처가 없다는 점과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장 상병의 주택 침입 약 1분 전에 이웃 주민이 여자의 비명을 들은 점 등을 들어 양 씨가 약혼녀와 장 상병을 모두 살해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양 씨는 “저는 당시 그 집에서 살지도 못하고 경찰서엔 계속 조사 받으러 가야했다. 그래서 따로 방을 혼자 얻고 살림도 다 처분하고 컴퓨터랑 휴대폰은 압수품으로 뺏겼다”며 “9년 동안 옆에 있던 여자친구는 없고 혼자 방치돼 있는 거다. 거기다 여론살인은 당하고…”라고 말했다.
이어 “묻지마 살인을 당했는데 피해자 대우를 받아도 성치 않을 판국에 이런 식의 여론살인을 하는데 방법은 없다”며 “왜 괜히 살아서 이 치욕을 겪어야 하나 매일 울며 술 먹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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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살인 사건이 수사 단계에서 정당방위로 마무리된 것은 27년 만이다. 지난 1990년 눈앞에서 애인을 성폭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살해한 박모 씨 사건에서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같은 해 성폭행범으로부터 자신과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흉기를 휘둘러 상대방을 숨지게 한 가정주부에 대해서도 정당방위가 인정돼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