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차장
반도체는 지난해 말 ‘슈퍼 사이클(초호황)’ 얘기가 나오더니 올해 들어 완전히 흐름을 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만으로 2분기에 8조3000억 원의 이익을 냈다. 3분기 반도체 이익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믿을 수 없는 실적 고공행진에 가려졌지만 SK하이닉스도 표정관리가 힘들 정도다. 상반기에만 5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총합을 50조5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9조 원 추정)과 SK하이닉스(3조8000억 원 예상) 두 곳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의 4분의 1 이상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산업 확대 등으로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다른 산업들은 곳곳에 노란불이 켜져 있다. 경제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한국 자동차는 2000년대만 해도 북미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가 동반 추락한 데다 일본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 덕을 봤다. 그런 틈새전략은 최근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보다 더 심혈을 기울인 중국 시장은 결실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GM은 노동생산성 저하에 발목이 잡혀 생산물량 지키기에 급급하다.
세계 1위를 지켜온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도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당장 2, 3년 뒤 중국이 역전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조선산업은 이미 선두에서 내려왔다.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던 2차전지 배터리 산업도 생각보다 성장이 더디다. 새로운 ‘스타 산업’이 출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하향세로 접어들면 한국 경제는 기댈 곳이 없어진다.
제프리 이멀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최근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변혁(transformation)’을 주제로 한 글을 기고했다. 그는 “누구나 계획은 있다. 한 대 얻어맞기 전까지는”이라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말을 인용했다. 이멀트 회장은 “힘들 때 변혁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방법은 그것뿐이다”라고 했다.
비단 한 기업, 한 산업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지금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일을 딱 하나 꼽으라면 두말 할 것 없이 ‘포스트 반도체 키우기’가 돼야 한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