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전주빵카페’ 장윤영 대표
장윤영 전주빵카페 대표(왼쪽)의 꿈은 이곳을 10년 안에 1000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내 월급이 오르지 않아도, 남는 이윤이 없어도, 많은 사람이 꾸준히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빵카페(㈜천년누리)에서 지난달 19일 만난 장윤영 대표(46)는 낭랑한 목소리로 복지사에서 기업가로 직업을 바꾼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굽 높은 캔버스화, 검은 버킷햇(벙거지) 차림이 잘 어울리는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밀로 만든 반죽에 돼지고기, 콩나물, 표고버섯 등 비빔밥 재료를 넣어 만든 ‘전주비빔빵’. 공유복지플랫폼 WISH 블로그 화면 캡처
지금이야 입소문을 탄 덕에 월 매출이 1억∼2억 원을 오가지만 초창기인 2013년만 해도 월 매출이 500만 원을 넘지 못했다. 재료비와 임차료를 제하고, 직원 한 명당 그래도 최소 월 140만 원 이상씩 주고 나면 실적은 매번 적자 행진이었다. 매일 해도 안 뜬 오전 4시에 출근했다가 어둑어둑한 오후 10시에 퇴근해 파김치가 돼 쓰러지는 장 씨를 보곤 가족들은 “돈도 안 되는데 왜 그런 일을 하냐”며 말렸다.
악전고투를 하면서도 장 씨가 전주빵카페를 밀고 온 것은 고된 노력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보람 때문이었다. 장 씨까지 총 6명으로 시작한 전주빵카페는 지난해 13명으로, 올해는 25명으로 식구가 늘었다. 직원들 대부분은 인근 지역에 사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청각장애인도 5명 있고, 자식을 부양하는 어르신도 있다.
장 씨는 장사가 잘돼 매출이 늘면 이를 이윤으로 남기지 않았다. 일자리를 늘렸다. 연 매출 10억 원을 바라보는 지금도 장 씨의 월급은 200만 원 남짓에 그친다. 이렇게 아낀 돈은 고스란히 올해 직원 12명을 더 늘리는 데 쓰였다. 가게 살림을 도맡은 실장에게는 자신보다 100만여 원 더 많은 월급을 준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설립 취지를 고집하느라 기계도 추가로 들이지 않고 있다. 자동으로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주는 반죽기가 이곳에는 1대뿐이다. 더 구입하면 생산량도 늘리고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지만 장 씨는 “기계가 늘면 일자리는 줄어든다”며 수작업을 고집한다. 장 씨는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발전할수록 자본을 가진 대기업은 미래에 고용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주빵카페는 SK의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이 후원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백화점도 이 빵집을 지원해 현대백화점에도 매장이 생길 예정이다. 올 7월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청와대 ‘호프미팅’ 때 최태원 SK 회장이 이 집 빵을 한 꾸러미 챙겨갔지만 사전 조율이 안 돼 문 대통령에게 대접하지는 못했다.
전주=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