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이 방위산업 분야에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위성은 구체적인 품목은 밝히지 않은 채 “자위대 항공기와 유도무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만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항공기, 미사일, 장갑차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야심 차게 개발 중인 소형 제트기 MRJ와 10일 위성을 발사할 때 쓰인 H2A 로켓에도 품질이 조작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와사키중공업, 스바루, IHI 등도 항공 등 방위산업 분야에 해당 부품을 사용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은 미국 보잉사 등 항공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국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가 된 제품들을 납품 받아 사용한 기업은 200여 곳에 이른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대기업 7개사가 모두 해당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자체 안전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리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신칸센 차량에도 품질 미달 제품들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서 생산 중인 고속철도 차량에도 쓰였다. 아사히는 “거래처에서 부품을 가공해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최종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한 규모는 회사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력발전소에 품질 미달 제품이 사용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8일 기자회견에 나온 우메하라 나오토(梅原尙人) 부사장은 “4개 공장에서 경영진을 포함해 수십 명이 부정을 저지르거나 이를 묵인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생산목표와 납기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자체 조사 결과 10년 전부터 해당 제품이 고객사와 약속한 품질에 미달하는 경우 단말기의 데이터를 조작해 ‘적합’ 판정을 내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과 관련된 광범위한 분야에 품질 미달 부품들이 쓰였다는 사실에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오랜 기간 쌓아올린 ‘일본산’에 대한 신뢰와 권위에 금이 가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경제단체연합회장은 10일 고베제강과 닛산 스캔들에 대해 “일본 제조업 전체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매우 중대한 사태”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 부장관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공정거래의 기반을 흔드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태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NHK는 11일 “고베제강이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부품 재료인 철분에서도 데이터를 위조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폭로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베제강의 자회사가 반도체 재료 검사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