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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콜럼버스의 대항해는 후추 때문에 시작됐다

입력 | 2017-09-30 03:00:00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개리 풀러·T M 레데콥 지음/윤승희 옮김/280쪽·1만5000원·생각의 길




콜럼버스가 항해를 떠난 목적은 지구가 둥글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구가 둥글다는 건 콜럼버스 시대 이전부터 상식이었다. 신대륙 발견도 그의 목적은 아니었다. 콜럼버스는 네 번이나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고도 자신이 아시아에 다녀왔다고 믿었다. 그가 항해를 떠난 이유는 동인도제도로 가는 지름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곳에는 값비싼 음식, 바로 향신료가 있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교육협회가 뽑은 ‘올해의 선생님’ 개리 풀러 교수와 셰프인 딸이 음식을 주제로 세계를 되짚는다. 향신료의 이동, 전쟁을 통해 세계로 퍼진 음식들, 탐험가들이 퍼뜨린 새로운 음식 문화 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지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지리 교육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흥미롭다. 그는 이제 세계지리 과목이 단순한 식재료의 이동뿐 아니라 그곳에서 만들어진 요리도 다뤄야 한다고 제안한다. 같은 아시아 내에서도 쌀의 종류가 다르고 그것을 조리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유명한 지리학자들도 요리를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단순히 취미로 와인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제는 사람의 피부에 와닿는 주제도 진지한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어떻게 볼리비아의 감자가 유럽을 지배하는 음식이 되었는지, 설탕이 왜 카리브의 눈물이 되었는지, 카카오가 신들의 열매인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 각 장의 마지막에는 다른 지역과 시대의 분위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레시피도 담겨 있다. 대항해시대 멀드 와인을 맛보면서 콜럼버스의 여행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