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 논설위원
경제·경영학 교수들 포진
그나마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2012년 박근혜 캠프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경제 청사진을 그려봤지만 장하성 실장에 가려 존재감이 별로 없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5년 경제정책을 이끌어나갈 거시경제나 재정, 금융, 통상정책의 정교한 로드맵은 마련하지 못한 듯하다.
담론 수준을 넘어 경제정책으로 구체화하려면 오랫동안 정책을 다뤄 본 경제 관료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여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치이는 듯한 모습은 답답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탈(脫)원전에 매달려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산업정책엔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풀이하듯 재계를 몰아붙인다. 정책조율 창구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다양한 부처 목소리를 여당과 청와대 간에 어떻게 조율했는지 들리는 얘기가 없다.
굵직굵직한 경제 정책이 하나같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이 메가톤급이다. 법인세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문재인 케어, 노동부문 2대 지침 폐기 등이 다 그렇다. 이런 정책으로 어떻게 경제 성장을 일궈낼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교수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넘치고 관료들 목소리가 위축되면 최적의 정책조합(policy mix)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사 직접 고용 방침처럼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을 떠나게 하는 정책들이 쏟아져도 어디 하나 거르는 곳이 없는 것은 문제다. 노동편향적인 정책이 5년, 10년 후 나라 재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 매력을 느낄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내다봐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제만큼은 진보 쪽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념을 떠나 실용을 추구했던 것과 비교된다. 노무현 청와대 초반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는 김병준 정책실장과 정책조정 기능이 뛰어난 한덕수 국무조정실장, 그리고 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정책공약을 다듬은 김진표 경제부총리라는 3대 축으로 순항할 수 있었다.
노무현 청와대는 달랐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