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영·광주호남취재본부
시행 초기이긴 하지만 혼란과 불편은 예상보다 컸다. 대중교통상황실과 120콜센터에 접수된 불편신고나 상담이 2만1000여 건에 달했다. 제주도 등 관계기관의 홈페이지에는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연일 쇄도하고 있다. 운행 버스 규모와 노선, 시간 등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 제주시 도심 중앙차로제 구간은 시행조차 못 한 채 시설공사가 늦어져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이번 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핵심은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제주시 번화가에 중앙차로제와 가로변차로제 등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처음 도입하고 시내 및 시외버스를 통합했다. 이를 통해 18%에 머물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3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제주지역은 관광객과 이주민 유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교통체증, 불법 주정차, 교통사고 등 문제가 심각해졌고 일부 도로의 통행 속도는 서울 도심권 평균 속도보다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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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라는 알쏭달쏭한 문구가 버스에 부착됐다가 사라졌고 ‘30년 만의 대중교통 개편’이라고 홍보했는데 왜 30년 만인지를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허둥지둥했다. 출발지와 도착지, 통행시간, 통행목적, 이용 교통수단 등을 파악하는 통행 특성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기초 조사도 부실했다.
도시 전체 차량 가운데 10% 정도가 도로를 주행한다는 자료를 감안한다면 제주는 36만 대 가운데 3만6000대가 운행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렌터카 3만 대가 함께 돌아다니면서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렌터카 총량제 도입 등 정책을 정비하고 관광객 등의 이동을 위해 제주공항 버스 노선을 먼저 조정하고 증차 등을 추진한 뒤 성과를 보면서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교통 문제 해결의 순서였다.
새로운 대중교통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지만 너무나 비싼 비용과 대가를 치르고 있다. 버스가 승용차보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면 대중교통 체계는 ‘개악’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임재영·광주호남취재본부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