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동의안 가결] 개헌 희망 호남중진들 찬성론 주도… 국민의당 김동철 “이성이 감성 눌러”
환하게 웃은 민주, 미소 띤 국민의당 21일 오후 국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 사진 가운데)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으며 웃고 있다. 임명동의안 통과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오른쪽 사진 가운데)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재명 base@donga.com·김동주 기자
투표 뒤 개표가 시작됐다. 그런데 개표를 지켜보던 감표(監票)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갑자기 뒷머리를 크게 쓰다듬었다. 그때 본회의장 첫 줄에 앉은 같은 당 이훈, 전현희 의원 등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가결됐다’는 신호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 찬성 주도한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
민주당 의원 121명에 김 후보자 인준에 찬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여권 성향 의원 9명(정의당 6명, 새민중정당 2명, 정세균 국회의장)을 합해도 130표에 불과하다. 이탈표가 한 명도 없다면 30표가 야당에서 넘어왔다는 얘기다.
보수 야당에서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투표 뒤 찬성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찬성 태도를 보였던 김정훈 의원은 “많이 부담이 됐다. (찬반 여부는) 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2명 외에 찬성표가 없다면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28명 내지 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애초 국민의당에선 “호남 출신 김 전 헌재소장 후보자는 낙마시키고, 부산 출신의 김명수 후보자를 통과시켜 준다면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역풍이 불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호남 중진들은 “김 후보자의 사법개혁 의지를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 인준안 통과 직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숱한 고민과 고뇌 끝에 이성이 감성을 누르고 이겼다”고 했다.
○ 선거구제 개편 추진 약속도 주효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구제 개편과 분권형 개헌에 청와대가 적극 나서겠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약속도 주효하게 작동했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당 지도부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8시간 동안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국민의당 의원 21명을 일일이 만나 표결 협조를 요청하는 등 당청은 총력체제를 가동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초선 그룹과 친안(친안철수)계 의원들의 이탈 조짐도 만만찮았다. 김 후보자의 동문인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서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사법부 독립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지라는 단 하나의 높은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 등 중진그룹이 안 대표에게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혀 국회를 선도하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안 대표는 끝까지 ‘권고적 당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 김 후보자를 당론으로 반대했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아침부터 일부 부산 지역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을 진화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등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국민의당을 설득할 시간을 뺏겼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