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마흔 생일날 “내년 은퇴” 전격 선언… 日열도 ‘아무로 쇼크’

입력 | 2017-09-22 03:00:00

물러나는 ‘J-POP 여왕’ 아무로 나미에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힘이 넘치는 춤, 구릿빛 피부, 혼전임신과 출산휴가를 공표하는가 하면 이혼과 친모 피살 이후에도 가수 활동을 강행한 무쇠 같은 행보…. 작은 체구의 가수는 보수적인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젊은 여성들에게 그는 연예인이 아닌 롤모델이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에 이미 팬클럽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스타 중 하나였다.

1990년대 ‘아무로 따라 하기’ 사회현상을 불러일으켰던 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40·사진)가 은퇴를 선언해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아무로는 40세 생일을 맞은 20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데뷔 26주년이 되는 내년 9월 16일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홈페이지에서 그는 “오랜 세월 마음먹고 있었고 데뷔 25주년을 계기로 결의했다”며 1년 뒤 은퇴 의사를 표명하고 “남은 1년간 앨범이나 콘서트 등 최후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열심히 해 의미 있는 1년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무로는 16일에 데뷔 25주년을 맞아 고향인 오키나와에서 기념콘서트를 가진 직후였다. 일본 언론은 이날 밤 뉴스부터 이 소식을 크게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1면에 기사를 싣기도 했다.

아무로는 오키나와 출신으로 1992년 아이돌 그룹 ‘슈퍼 몽키스’ 멤버로 데뷔한 뒤 1995년 솔로로 전향했다. 당대 최고의 음악프로듀서 고무로 데쓰야(小室哲哉)와 콤비를 이뤄 스타 가도에 올랐다.

1996년 발표한 앨범 ‘Sweet 19 Blues’는 약 305만 장이 팔려 당시 일본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1997년 싱글 ‘Can You Celebrate?’는 200만 장 넘게 팔렸다. 인기 절정이던 그해 댄스그룹 멤버 SAM(본명 마루야마 마사하루·55)과의 혼전임신을 발표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아무로는 삶의 방식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관철하면서 젊은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통굽부츠, 갈색머리, 가느다란 눈썹 등 아무로 패션도 그의 추종자를 일컫는 ‘아무러(Amurer) 현상’에 일조했다. 연예계 밑바닥에서 출발해 정상급 스타의 자리에 오른 과정, 결혼과 출산에 따른 산후휴가를 갖는 모습에서 젊은 여성들은 이상적 삶의 스타일을 읽어냈다. 1999년에는 오키나와에서 생모가 살해당하는 불행한 사건을 겪었지만 꿋꿋이 극복하고 활동에 복귀했다.

최근 10년간은 미디어 노출을 줄이고 무대공연을 중시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지켜왔다. 지난해에는 NHK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계 주제곡 ‘Hero’를 불렀다.

아무로는 2005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몇 살까지 노래하고 춤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대에서 쓰러지더라도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팬과 업계 관계자들은 충격 속에 너무 이른 은퇴를 애석해하고 있다. 한 음악평론가는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였다. 그가 없었으면 1990년대 이후 댄스 뮤직 중심의 새로운 음악은 태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음악을 국내에 소개해온 제이박스엔터테인먼트의 김익래 대표는 “장년층도 공연 티켓과 음반을 열심히 구매하는 일본 팬 문화의 특성상 언제든 부도칸(武道館) 같은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수인데 은퇴라니 의아하다”고 했다.

일본 언론은 아무로의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아무로가 최근 교토(京都)에 맨션을 산 걸로 보아 은퇴 이후 그곳을 중심으로 지내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임희윤 기자